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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성 Aug 17. 2019

죄수옷

올해 여름이 되기 전에 반팔 청남방을 샀다. 옷 색이 구치소 죄수의 옷 색과 비슷하다. 옷이 좀 구겨져있으면 더 비슷해보인다. 약간 물빠진 빈티지 느낌이라 구치소 안에서도 시간을 제법 보낸 고참 느낌이다. 이제 막 들어온 신참은 곁눈질로나 눈치를 살핀다. 


구치소 담벼락이 만들어내는 차이는 크다. 자유, 프라이버시, 음식, 소통. 죄수에게 이것들은 주어져있지 않다. 그에 반해 자유인인 나에게는 이것들이 주어져있다. 


자유인과 죄수 사이에 욕구하는 대상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다. 자유인은 세계여행을 원하고 죄수는 향 좋은 위스키와 멘솔 한개비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원하는 대상들 사이의 차이 말고, 원하는 강도를 비교한다면 죄수가 더 간절히 원할 것이다.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저 욕구가 실현되었을 때, 죄수의 만족감이 더 클 것이다.


어떤 것이 자유인과 죄수를 가르는 본질적인 차이인가. 주어져 있는 것의 차이인가 혹은 무언가를 욕구하는 강도의 차이인가. 더 많이 주어져있고, 덜 간절하게 욕구하는 것이 자유인을 자유인으로 만들어주는 본질인가. 적게 주어져있고, 더 간절하게 욕구하는 것이 죄수의 본질인가.  


만약 더 적게 주어져있는데, 덜 욕구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자유인에 더 가까워지는걸까. 

더 많이 주어졌는데, 더 많이 욕구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죄수에 가까워지는 걸까. 

아니면 그 반대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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