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호성 Aug 26. 2019

나라 없는 사람

애국이 강조되는 시기에, 뜬금없이 나라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해보려고 했지만 잘 안되었다. 나라를 잃은 것도, 떠난 것도 아니고, 애초부터 나라가 없는 사람말이다. 혹시나 해서 커트 보네거트의 '나라 없는 사람'을 읽어봤다. 재밌는 에세이였지만, 모국이 너무 부끄러워 부인하고 싶은 심정의 표현에 불과했다. 이것은 내가 상상하고 싶은 것과 정반대이다. 또한 사해동포주의, 무정부주의,  무위자연 모두 국가를 전제하고 그것을 부인하는 입장이니까 역시 맞지 않다. 


처음부터 나라가 없다면. 내가 무언가를 선호하는데 있어서 그것이 우리나라 것이 아니라거나 어디어디 나라 것이라는 요인이 애초부터 들어설 여지가 없게 되는 걸까. 이국의 신, 음악, 음식, 장소, 사람 이런것들에 대해서 애초부터 우리나라 것, 다른나라 것 구분이 처음부터 없어서, 한 사람의 내면에 어떠한 갈등이나 이질감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부처, 블루스, 스시 이런 것들을 모두 '네이티브'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티벳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부처를 믿고, 미국 흑인과 같은 감성으로 블루스를 듣고, 일본인과 같은 식욕으로 스시를 먹고 등. 


혹은 그 어느것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완전한 이방인이 되는걸까.

작가의 이전글 보림사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