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다섯번째 레분섬 여행을 다녀왔다. 이제는 이곳이 익숙하다. 낯선 곳에 간다는 흥분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때 오랫동안 살았던 곳에 되찾아간다는 기분이다.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이곳에 있었던 날을 모두 합쳐도 스무날이 안된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3시간이면 섬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만큼 좁은 곳이니까 사실 속속들이 다 들춰봤고, 살만큼 살아본 것이다. 내년에도 가게 될까. 아마도 별일 없다면 그럴 것이다. 별일 없다면, 적어도 이곳에 가는 것만큼은 나에게 별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