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와 투명
건축에서 투명함(transparency)은 유리가 등장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을까? 건축이 외기로부터의 피난처라면 유리의 발명 혹은 유리의 내구성이 보장되기 전까지 그것의 밀폐성은 전제조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명을 이루고 발전된 형태의 건축물을 짓기 시작한 고대 그리스의 건축과 로마의 건축을 비교해 본다면 투명성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과 고대 로마의 판테온 신전은 서양 건축의 두 가지 근원적 형식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내부 공간에 대한 질적 수준을 성취하는 대신 외부 공간의 완벽한 비례미와 빛의 효과를 구현하도록 만들어졌다. 하나의 조각과 같이 지어진 이 건물의 건축가는 인간의 시각적 착시를 이용하여 가장 반듯하고 완벽해 보이는 것에 집중했다. 단일한 질서와 비례가 건축물 전체의 구성의 지침이 되고 그것이 한눈에 드러날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은 이 건축물이 하나의 조각상과 같이 외부에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철저히 폐쇄적인 비공개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내부 공간의 껍질은 철저히 열주의 뒤로 숨는다. 하지만 내부 공간의 형태와 크기 등은 단일한 질서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명하게 읽힌다.
로마의 판테온 신전은 입구 부분의 그리스식 포티코가 본 건물에 부착되어 있는 형식을 취한다.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이 건축물의 내부 공간에 대한 예상은 불가능하다. 공간의 형태와 크기는 외벽에 의해 감추어져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거나 건물을 신중히 둘러보지 않는다면 내부 공간의 어렴풋한 형태를 짐작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것은 이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재료와 구축법의 차이 때문이다. 기둥과 보로 이루어진 파르테논 신전과 달리 판테온 신전에는 아치, 볼트, 돔과 같은 고대 건축 최고의 구조 기술이 적용되었다. 외부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내부의 압도적인 공간의 연출은 관찰자의 강한 지각 대비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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