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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니체 86일 차 - 중력을 거스르는 춤?

<춤에 부친 노래 1>

by Homo ludens

[조롱의 힘]

차라투스트라는 춤과 노래를 단순히 예술적 장치를 넘어, 철학적 지향점을 보여주는 핵심 상징으로 이해합니다. 인류를 눌러온 전통적 가치에 저항하고, 자유롭게 사고하는 가벼움이 춤과 노래가 가지는 특징입니다. 또한 반복되는 리듬과 춤사위는 순간의 반복이 고통을 넘어선 기쁨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춤과 노래는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현재에 대한 사랑(carpe diem)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입니다.

"사랑스러운 소녀들이여, 멈추지 말라! 사악한 눈을 번득이는 훼방꾼이, 소녀들의 적이 찾아온 것이 아니니. 나는 악마 앞에서 신을 대변하는 자다. 중력의 정령이 바로 그 악마지. 그대들 경쾌한 자들이여, 내 어찌 거룩한 춤에 적의를 춤을 수 있겠는가?

순수함을 지닌 사랑스러운 소녀들은 본능적 기쁨을 위해 춤을 춥니다. 그것은 놀이이며, 동시에 생명력의 발현입니다. 그녀들은 어떠한 목적도 없이 그 자체를 즐기며, 끊임없이 새로운 몸동작을 창조합니다. 이러한 '목적 없는 즐거움'은 '엄숙한 심판자'에 의해 제한됩니다. 그녀들이 중력의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즐거워지려고 할 때, 사회적 시선은 엄숙함과 도덕적 의무 등으로 그녀들의 삶을 무겁게 만듭니다. 중력의 정령은 차라투스트라가 고안해 낸 모든 관습과 허무주의를 인격화한 것입니다. 이 정령은 '그래야만 한다'는 정신을 내세우며 복종과 겸손, 무기력함과 안정을 가르치려 합니다.

거기에다 소녀들이 더없이 사랑하는 그 어린 신도 찾아내리라.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샘 옆에 누워 있으니. 진정, 밝은 대낮인데도 벌써 잠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 게으름뱅이는! 나비를 잡겠다고 너무 많이 뛰어다니기라도 했나?

소녀들의 순수함은 이성을 상징하는 아폴론에 의해 다소 중요성이 떨어지게 인식된 에로스를 부활시키게 됩니다. 오랫동안 욕망의 억제를 통해 잠들어있던 어린 신은 대낮에도 생명의 근원인 샘 옆에 누워있습니다. 에로스가 자신의 화살에 찔려 프시케에게 사랑에 빠져 그녀를 쫓았습니다. 순수한 영혼을 뜻하는 나비는 동시에 육체가 아닌 영혼을 쫓기 위해 생명력을 소진한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한 중의적 의미를 지닙니다. 생명의 샘 옆에서 잠든 에로스는 '창조적 긴장'이 풀려버린 상태, 즉 자신의 본능을 억압하거나 삶의 의지를 잃고 도피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풍부한 창조의 자원을 가진 인간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현하지 못하는 '풍요 속의 빈곤'에 허덕이는 것은 중력의 정령에게 굴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나 자신은 그의 춤에 맞추어 노래를 하나 부르리라. 저들이 '세계를 주재하는 자'라고 부르는, 나의 더없이 드높고 더없이 강력한 악마인 저 중력의 정령에게 던지는 춤노래이자 조롱의 노래를.
Charlemagne-by-Durer.jpg <샤를마뉴 대제>, 알브레히트 뒤러, 1513

차라투스트라는 강력한 중력의 정령의 힘을 노래와 춤으로 극복하려 합니다. 중력의 힘은 세계에 대한 지배권(dominum mundi), 특히 중세 시대에 발전한 보편적 지배 사상에서 잘 드러납니다. 당시 세속 권력과 교회 권력은 최고 통치자의 권한을 갖기 위해 투쟁했고, 서임권 논쟁과 같은 세속적 권력을 위한 싸움에 많은 사람들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많은 역사가들이 "유럽의 아버지"라 칭하는 중세의 황제 샤를마뉴는 교황 레오 3세가 대관식을 거행함으로써 영적인 정당성을 얻어 자신의 세속적 권력을 강화했습니다. 그가 오른손에 쥔 칼은 세속적 권력을, 왼손에 든 보주는 종교적 권력을 의미합니다. 강력한 권력을 지닌 황제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무거운 권력 하에 복종하기를 요구했고, 특히 종교적 권력은 관습과 도덕으로 내재화되어 중력의 정령의 힘을 극대화시켜 줍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 강력한 힘에 대항한 힘대힘의 투쟁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는 철학이 가진 강한 무기인 조롱을 이용해 중력의 정령의 무거운 힘 위에서 가볍게 춤추며 비웃어 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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