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세계관의 종말

김상환 『근대적 세계관의 형성: 데카르트와 헤겔』

by 노창희

김상환(2018)의 『근대적 세계관의 형성』(서울: 에피파니)은 데카르트와 헤겔을 중심으로 근대적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이 책에서 내가 보다 관심을 가지게 되는 대목은 왜 근대적 세계관이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김상환에 따르면 과학적 진보는 역사관의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새로운 과학의 등장에 따른 세계관의 변화는 마침내 역사관의 변화로 이어졌다.
과학적 발견과 기술적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이와 맞물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역사가 순환한다는 오래된 믿음 깨졌다. 그리고 역사는 어떤 이상적인 목적을 향해 점차 발전해간다는 새로운 믿음이 일반화되었다(11-12쪽).


이를 기반으로 헤겔을 상징으로 하는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이 구축되게 된 것이다. “자율적 개인, 과학과 기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순수 예술의 이념 등과 같은 것이 근대성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210-211쪽)”들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이념들은 역사가 특정한 목적을 향해 발전해간다는 믿을 강화하게 나갔다. 하지만 양차 세계 대전 와중에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배치되는 무수한 일들을 목도하면서 이러한 믿음은 산산 조각났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김상환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우리는 몇 세기 동안 지배적이었던 세계관이
통일성을 잃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211쪽).


과연 많은 인류가 동의할 수 있는 통일된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거기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비롯하여 인류가 진보할 수 있는 동력에 대한 장밋빛 기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인류가 생존해온 이유를 다분히 냉소적으로 성찰하는 유발 하라리와 같은 이 조차 조심스럽게 호모데우스(인간신)가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친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이성과 합리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성과 합리 외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어떤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과연 가능은 할까? 물론, 그것을 탐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한 시대의 진리관은 당대의 오류 관념과 맞물려 완결된 규정에 도달”하므로(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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