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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Sep 26. 2019

한 사회의 문화적 제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박만준 『레이먼드 윌리엄스, 마르크스주의와 문학』

대학원에 진학하여 처음으로 진지한 이론적 관심을 가지고 접한 단어 중 하나가 ‘문화’다. 그리고 그 개념을 다시 접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레이먼드 윌리엄스다. 수업 준비를 하면서 ‘문화’라는 개념을 다시 살펴보기 위해『문학과 문학이론』(박만준 역, 서울: 경문사)을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어렵기는 매한가지. 그래서 선택한 책이 『문학과 문학이론』의 역자 박만준의『레이먼드 윌리엄스, 마르크스주의와 문학』(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이다. 컴북스 이론총서를 좋아한다. 난해한 이론가들의 사상을 비교적 쉽고 간명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분량이 짧고 가볍다는 것도 이론 공부의 부담감을 덜어주는데 한몫한다. 물론, 이론 공부를 쉽게 한다는 것 자체가 안이한 발상이고 이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 또한 분명히 존재하겠으나 어려운 사상에 입문하거나 공부에서 막히는 부분이 발생할 때 이론 종류의 개론서 혹은 해설서가 갖는 미덕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다.      


박만준의『레이먼드 윌리엄스, 마르크스주의와 문학』은 문화, 언어, 문학, 이데올로기, 토대와 상부구조, 헤게모니, 전통과 제도 그리고 형성물, 문화사회학, 글쓰기의 다양성, 창조행위와 문학 생산이라는 10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문화’, ‘헤게모니’, ‘전통과 제도 그리고 형성물’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문화

문화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구분하여 접근할 수 있다. “첫째, 문화는 지적, 정신적, 심미적 능력을 계발하는 일반과정(6쪽)”이다. 둘째, 문화는 한 인간이나 한 시대 혹은 한 집단의 특정한 생활 방식(7쪽)“이다. ”셋째, 문화는 지적 산물이나 지적 행위, 특히 예술 활동(7쪽)”이다.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문화에 대한 정의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항상 내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두 번째 정의이다. 즉, 전반적인 삶의 방식으로서의 문화. 이 접근 방식은 문화적 제도라는 기반 위에서 인간의 행위를 이해하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헤게모니

학부 때 헤게모니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이 개념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세력 간의 갈등을 힘의 우위라는 방식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많은 것을 놓칠 수밖에 없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은 담론 영역의 갈등을 매우 미묘하게 만들고 있다. 가짜뉴스를 믿게 만드는 힘은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의 헤게모니에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헤게모니의 지배란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그 계급의 지배하에 있는 사람들이 그러한 지배를 정상적 현실 혹은 상식으로 받아들이도록(52쪽)” 한다. 레이먼드 윌리엄스는 “헤게모니는 ‘사회의 전 과정’으로서의 문화며, 사람들은 이러한 문화를 통해 그들의 삶 전체를 정의하고 규정한다(54쪽)”고 본다. 문화는 삶의 전반적인 양식이며, 헤게모니는 문화적 투쟁의 방식일 것이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담론적 갈등이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헤게모니 투쟁은 향후 보다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가령, 과거에 정부의 규제에 의해 통제되었던 산업도 기업의 이해관계, 최적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자, 이 둘 사이의 관계를 공익적 관점에서든 성과의 관점에서든 규율하고자 하는 정부의 헤게모니가 복합적으로 섞여서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헤게모니라는 개념의 출발이 힘의 우위에 근거한 일방적 지배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면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헤게모니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유용성이 지닌 필요를 더욱 높여줄 것이다.       


전통과 제도 그리고 형성물

전통은 “잔존하고 있는 과거(60쪽)”이다. 하지만 이 전통 중 선별된 전통은 “과거를 현재와 연결해 현재를 정당화하는 과거에 대한 한 해석(63쪽)”으로 현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시대의 문화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그런 감정의 구조(structure of feelings)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뿐(62쪽)”이지만 선별된 전통은 당대의 감정의 구조에 영향을 준다. 이렇게 때문에 선별적 전통이 중요하다. “선별적 전통을 효과적으로 확립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제도가 필요하다(64쪽).” 이 제도적 기반은 예술과 같은 문화적 형성물을 창출한다. 나는 전통과 제도에 의해 창출된 형성물이 광의의 차원에서 문화적 제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믿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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