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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Sep 14. 2019

박정민의 존재감:
<타짜: 원 아이드 잭>

#타짜: 원 아이드 잭 #박정민 #류승범

<타짜>의 속편이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조건 보리라고 마음먹기는 했지만 당연히 실망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예고 영상을 보고 나서는 그 확신이 굳어졌다. 예고 영상을 보고 예상한 것은 <범죄의 재구성>이나 <도둑들>과 같은 최동훈식 ‘케이퍼 무비(Caper Movie)’로 흐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감독이 최동훈이었다면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나, 신인 감독인 권오광 감독이 어느 정도까지 흥미 있게 서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만, 류승범과 박정민이라는 무척 좋아하는 두 배우가 이끌어 나가는 버디 무비라면 그것만으로도 보는 재미는 충분할 것이라는 정도의 기대감은 있었다. 이하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타짜>를 수차례 반복해서 보고 지금 보아도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유머와 비장미가 적절히 조합되어 있다는 것이고, 가장 결정적으로는 배우들의 캐릭터가 <타짜>만큼 생생한 영화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타짜>의 서사가 기본적으로 고니가 유사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평경장의 복수를 완성하는 것이라면 <타짜: 원 아이드 잭>의 서사는 도일출이 친부 짝귀와 유사 아버지 애꾸의 복수를 완성해 나가는 서사라고 할 수 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타짜-신의손> 보다 <타짜>와 유사한 서사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기대치가 워낙 낮은 것에서 기인하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타짜: 원 아이드 잭>은 기대 이상이었다. <타짜: 꽃들의 전쟁>에서 느낄 수 있는 비장미가 느껴지고 초반부의 유머도 좋다. 배우들의 캐릭터가 살아 있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인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박정민의 존재감이다. 사실 내가 가장 크게 기대한 것은 류승범의 연기였는데, 류승범의 연기도 충분히 좋았지만 서사의 구조상 박정민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여주기는 힘들었다. 류승범의 연기가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박정민을 받쳐주는 역할에 충실했다는 것에 가깝다. 139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속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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