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길, 「음복」, 『문학동네』, 2019년 가을호.
강화길의 「음복」은 네 부부 사이의 관계가 서로의 관계를 반영한다. 부부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다. 친남매와 사촌 사이의 관계도 얽혀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대단히 복잡한 소설 같지만 「음복」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가 남편 할아버지 제사에 다녀오는 것이 서사의 전부이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세나의 음복에 관한 견해는 다음과 같다. “솔직히 나는 어린 시절부터 제사를 지낸 후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이 왜 복이 된다는 건지 납득이 안 됐다(376쪽).” 이런 세나에게 남편 아버지도 아니고 할아버지의 제사에 간다는 것이 달가울 리 없었다. 세나와 남편인 정우가 제사에 간 이유는 다시는 제사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세나는 우선 자신에게 적대적인 고모에게 놀란다. 처음에 세나는 그저 악역이기를 자처하는 전형적인 시댁 식구로 고모를 파악한다. 이 소설에서 가족 간의 대화소재로 종종 등장하는 전형적인 드라마의 시댁 식구 말이다. 하지만 세나는 고모의 적대감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남편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에서부터 「음복」은 가족 사이의 적대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세나의 관점에서 추적하는 서사로 전환된다.
정우의 할아버지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적이 있고, 베트남에 다녀와서는 아내가 차려준 음식은 먹지 않고 며느리가 해준 “시큼하고 느끼하고 짭짤한 요리(380쪽)”를 “매번 게걸스럽게 먹어치(380쪽)”우다가 “결국 혈관이 지방으로 막혀(380쪽)”죽는다. 세나는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정우와 너무 닮아 있어서 깜짝 놀란다. 할아버지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가 고모로 하여금 정우마저도 적대시하게 만든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여기에 한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더 있다. 고모에게는 정원이라는 딸이 있는데,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경멸적인 태도로 인해 정원이 여성이라는 이라는 이유도 노골적으로 폄하 당했다는 사실을 세나는 깨닫는다. 문제는 정우는 이 사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여러 가지 당황스러운 일을 겪은 세나는 시댁에 앞으로는 이 제사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우에게는 비밀로 해달라는 시어머니의 문자에는 앞으로 제사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시어머니가 할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고, 제사를 열심히 챙기는 대신 시아버지는 너의 삶에 어떤 상관도 할 수 없다는 것. 그 약속에는 나의 삶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381-382쪽).”
시어머니는 아마도 자신이 감당했던 삶을 자식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자신이 할아버지의 제사를 감당하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 문제는 악역을 자처했던 고모다. 정우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있지만 여전히 할머니의 감정적인 영역은 고모의 처지다. 할머니는 감정적으로 의지할 일이 생길 때마다 고모를 찾는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는 못하며 그것은 고모의 딸인 정원도 마찬가지다.
세나는 고모의 모습을 보고 기시감을 느낀다. 외갓집에서 가족 사이의 악역을 자처 했던 것이 바로 자신의 어머니였던 것. 자신의 어머니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집안에서 냉대를 받았으나 결국 집안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 해온 처지였다. 시할아버지-시아버지-고모의 관계가 외할아버지-외삼촌-어머니와의 관계로 유비되는 것이다.
문제는 선량한 정우는 이 모든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할아버지를 위해 해주던 “새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뼈가 붙은 큼지막한 고깃덩어리(369쪽)”를 천진하게 먹는 정우를 보며 세나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세나와 정우는 제사에 다시 가지 않는다. 그럼 「음복」에서 유전되는 악의 고리는 시어머니의 의도대로 끝날 것인가? 시어머니는 정우가 모르길 바란다. 여전히 정우는 모른다. 하지만 세나는 정우를 위해 토마토 고기찜을 계속 만든다. 무지한 정우는 여전히 토마토 고기찜을 먹고 세나는 정우를 위해 그것을 계속 만들 것인다. 과연 세나가 이해하지 못하는 음복의 악순환은 끝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