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은 현재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거나 한 명이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등단 이후 끈임없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대도시의 사랑법』은 평단의 큰 지지를 받았다. 나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떤 형태로든 ‘글’이라는 것을 틈틈이 써가며 글만 쓰며 밥벌이를 하고 싶은 많은 직장인들에게 박상영과 같은 존재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출판계의 현실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나에게 그의 삶이 아주 유복하거나 고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할 만하다. 하루키처럼 여행을 다니며, 아침에 운동을 하고 책을 출간할 때마다 몇십만 부 이상이 팔리는 작가는 전세계에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하루키 밖에 없을 지도).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직장을 다니면서 등단에 성공하여 짧은 기간에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한 박상영의 성장 담이 아니다. 이 책은 일차적으로는 비만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30대 남성의 다이어트 실패에 관한 얘기이며, 회사를 계속 다니던 때려치우던 시시포스와 같이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살아가야 하는 한 현대인의 실패에 관한 얘기에 가깝다.
박상영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소설을 쓰고 출근을 했고 결국 등단에 성공했다. “나는 다 쓴 치약을 쥐어짜듯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뿐, 계획적으로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100쪽).” 등단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난 다음에도 박상영에게 주어진 삶은 여전히 총체적 난국이었다. “다만 나는 매일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작가가 되었고, 내 책을 가지게 되었고, 내 글을 실을 지면을 얻게 되었으나, 나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거나 나의 일상을 가꾸는 방법, 내가 나를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믿음을 완벽하게 잃어버렸다(100쪽).”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취’일까? “딱히 교과서적으로 살아본 적도 없는 주제에 나는 언제부터인가 인생의 주기에 따라 끈임없이 과업들을 성취해나가야만 한다는 강박을 가져왔던 것 같다(249-250쪽).”이건 박상영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밥벌이를 하며 삶을 이어가는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앞을 보며 달릴 줄만 알았고, 그 속도와 거리가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준다고 굳게 믿어왔다. 마치 신화나 종교처럼(250쪽).”성취를 기준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성취 이후의 또다른 성취할 목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성취하고 다시 실패하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살아나간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허와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254쪽).” 어떤 기준으로 보든 성실한 사람이고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박상영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매일 저녁 야식을 먹어야만 불안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매일 밤 어김없이 배달 음식을 시키고 그것에 의존하는 내 모습을 보며 얼마간은 혐오를 하고 또 얼마간은 이제 편하게 잠들 수 있겠다는 안도감을 느끼곤 했다(254쪽).” 누군가는 박상영처럼 야식을 먹으며, 술을 마시며, 줄담배를 태워 가며 자신만의 불안을 달래 나간다. 무언가에 의존해서 불안을 달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자책해 나가면서.
유머가 큰 매력인 책을 이렇게밖에 소개할 수 없어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박상영은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통해 구원은 일상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무거운 진실을 전한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싫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억지로 만들어지는 루틴이 때로는 인간을 구원하기도 한다. 싫은 사람일지언정 그가 주는 어떤 스트레스가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주기도 하며, 한 줌의 월급은 지푸라기처럼 날아가버릴 수 있는 생의 감각을 현실에 묶어놓기도 한다. 밥벌이는 참 더럽고 치사하지만, 인간에게, 모든 생명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생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 짊어진 시시포스일 수밖에 없다(256쪽).”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오늘도 금식에, 금주에, 금연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 “나는 이제 더 이상 거창한 꿈과 목표를, 희망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 삶이 어떤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감각하고 있는 현실의 연속이라 여기기로 했다. 현실이 현실을 살게 하고, 하루가 또 하루를 버티게 만들기도 한다. 설사 오늘 밤도 굶고 자지는 못할지언정, 그런다고 해서 나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일은 이제 그만두려 한다. 다만 내게 주어진 하루를 그저 하루만큼 온전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당신,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있는 당신은 누가 뭐라 해도 위대하며 박수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비록 오늘 밤 굶고 자는 데 실패해도 말이다(2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