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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Apr 10. 2021

인간의 선한 본성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뤼트허르 브레흐만.『휴먼카인드』.

『휴먼카인드』의 부제는 ‘희망찬 미래(A hopeful history)’다. 『휴먼카인드』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원래 선한 존재였다. 하지만 시장과 국가가 탄생하면서 공유지는 해체되고 갈등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 본질적으로 악하다는 믿음을 확산시켰다.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믿음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는 주범은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뉴스와 최근 10여 년간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소셜미디어다.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안 좋은 속성만을 부각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혐오와 같은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확산시킨다. 우리가 인간을 선한 존재라고 믿는다면 희망찬 미래가 열릴 것이다. 이것이 『휴먼카인드』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휴먼카인드』를 재밌게 읽었지만 솔직히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견해에는 동의하기 쉽지 않다. “시장과 국가가 계속해서 점점 더 많은 공유지를 흡수한 것은 오로지 지난 1만 년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이는 과거 모든 사람이 공유했던 땅에 대해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한 최초의 족장과 왕들로부터 시작되었다(420쪽).”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시장과 국가의 출현이 인간을 소유권 투쟁으로 몰아넣었으며 인간이 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국가라는 단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과연 인류가 지금까지 존속될 수 있었을까?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이상적인 형태인 것처럼 얘기하는 유목 생활을 통해 인류가 진화할 수 있었을 것인가? 나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먼카인드』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는 인간이 선한 감수성을 가지고 타인을 대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거리의 가장 큰 원천 중 하나는 뉴스이다. 저녁 뉴스를 시청하면 현실과 호흡을 더 잘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지만 진실은 그것이 세상을 보는 당신의 시각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뉴스는 사람들을 정치인, 엘리트, 인종차별주의자 및 난민과 같은 집단으로 일반화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더 나쁜 것은 뉴스가 썩은 사과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이다. 단 두 명의 불량배가 멀리서 퍼뜨린 혐오 발언은 알고리즘에 의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피드 맨 위로 밀려 올라간다.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의 부정적인 편견을 활용해 수익을 낸다. 사람들이 나쁘게 행동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나쁜 행동은 우리의 주의를 끌기 때문에 클릭을 가장 많이 받으며 광고는 그런 곳에 붙는다. 그런 탓에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지닌 최악의 특성을 증폭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말았다(521-522쪽).”     


현재의 미디어 환경이 인간의 감수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주장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뉴스 매체를 포함한 소셜미디어는 이용자의 관심이라는 자원을 두고 경쟁 중이다. 이용자들은 선정적인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중에서도 비관적인 정보를 더 빨리 흡수한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이 원인을 ‘부정편향’과 ‘가용성 편향’에서 찾는다. 부정편향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불행히도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많이 이끌(47쪽)”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부정편향이다.  또한 인간은 “어떤 대상에 대해 기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이 흔하다고(47쪽)” 생각하게 된다. 부정적인 정보에 쉽게 이끌린다면 그것이 흔하다고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의 민주주의국가는 최소한 일곱 가지 재앙으로 고통받고 있다. 정당의 무력화, 시민들 사이의 불신, 소수의 배제, 유권자의 무관심, 정치인의 부패, 부자들의 탈세, 그리고 현대 민주주의가 불평등하다는 자각의 확산(405쪽).” 불행히도 앞에 인용한 문장을 반박하기 어려워 보인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우려하는 미디어 환경도 지금 보다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로 인한 양극화와 혐오 그리고 중독의 심화를 다룬 많은 책과 <소셜딜레마>와 같은 다큐멘터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워 줄 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      


『휴먼카인드』는 인간이 원래 악하다는 사례들이 조작되고 과장되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인간이 선하다고 믿으면 선이 확산되고 악하다고 믿으면 악이 확산된다고 말한다. 타인에 대한 선의가 선순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에 대한 냉소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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