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9일 – 2026년 1월 25일 주간
날씨가 혹독하게 추웠기 때문에 매일 뛴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한주였다. 추운 날씨에는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뛸 수 없어서 트레드밀에서 주 3회 나름의 템포런을 시도했던 주이기도 하다. 남은 겨울 아침에는 10km를 조깅으로 뛰고 가능한 날 주 2회 트레드밀에서 템포런(5km)을 뛰어 보려고 한다. 완전한 템포런보다는 파틀렉에 가까운 형태이기는 하다. 16.0km를 뛸 수 있을 만큼 뛴 다음 12.0km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16.0km로 뛰는 방식으로 나름의 템포런을 해보았다. 가민 기준으로 16.0km는 4:30에서 4:50 사이의 페이스다. 아마 트레드밀마다 다를 텐데 내가 다니는 헬스장 기준이다.
이번 주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달리기는 금요일에 시도했던 템포런이었다. 정확히 체크해 보지는 않지만 5km 중 절반 이상은 16.0km로 뛴 것 같다. 제일 불만스러웠던 달리기는 토요일의 거리주였다. 18.72km를 6:31 페이스로 뛰었다. 거리도 페이스도 지난주 거리주에 미치지 못했다. 날씨 영향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은 것은 잘했다 싶다.
여전히 문외한에 가깝지만 학부 시절부터 철학에 관심이 있었고, 지금도 철학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대학원 때는 관련된 스터디도 꽤 했다. 나름대로 바빴던 데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박사과정 때도 철학 관련 스터디는 그만두지 않았다. 제일 관심이 많았던 철학자를 한 명만 꼽으라면 단연 들뢰즈였다(지금은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차이와 반복>을 비롯해서 들뢰즈, 그리고 들뢰즈와 과타리가 같이 쓴 책들을 꽤 읽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알고 있는 들뢰즈는 이진경이나 김재인과 같은 학자들을 경유한 것이다. 들뢰즈에 대해서라면 예전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재인의 <들리지 입문> 출간 소식은 매우 반가웠고 책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주문해서 읽고 있다.
“홈 파인 공간이 있다고 하면, 그 홈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삶의 한 방식입니다. 홈을 판 이들의 의지, 그 하부구조를 건설한 자들의 세계 속에서 이미 나 있는 길로만 다니는 겁니다. 그런데 홈들을 가로지르면서 매끈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이런 이들을 가리켜 ‘튄다’가 하죠. 모가 난, 튀어나온, 제 멋대로인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에 홈을 판 사람들의 의지를 항상 훼방하고 거스릅니다. 일부러 그러려고 의도하는 게 아니지만, 실천으로 이미 그렇게 행동한다고나 할까요? 혁명이란, 아주 간단히 말하면, 기존의 파인 홈을 가로지르면서 매끈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실천입니다(87-88쪽).”
애초에 혁명이나 전복과 같은 단어와는 관련 없이 살아왔고, 중년으로 접어든 지 오래인 지금은 더욱 그렇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뢰즈가 얘기하는 ‘매끈한 공간’이라는 개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내 일상과 삶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성찰적일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는 홈 파인 공간의 홈을 따라 살아왔거나 그 홈에 편입되려고 발버둥 치면서 살아왔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의 먹고사니즘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남들과 어느 정도 다르게 산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어떻게 생각해보아도 나는 홈 파인 공간에 거주하는 인간이다.
<들뢰즈 입문>의 부재는 ‘파인 홈을 비껴가기’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 누구나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나에게 주어진 삶을 잘 살고자 하는 관심은 소홀히 하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먹고 사는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가에 있어서도 파인 홈의 유혹은 강력하다. 운동하기보다는 누워 있고 싶은 마음, 달고 짠 음식에 손이 가는 습관, 일과 후 삼겹살과 함께 하는 시원한 소맥 한 잔까지. 항상 나를 유혹하는 파인 홈의 사례들이다.
내 나름대로 일상을 매끈하게 만드는 방식은 아침에 걷는 것과 책 읽기였다. 두 가지 모두 일상에서 아주 필수적인 행위라고는 보기 어렵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걷는 것은 권장되겠지만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잠을 좀 더 청하는 것이 걷는 것보다 쉬운 선택지다. 내가 걷기를 하루의 루틴으로 선택한 계기는 체중 관리를 위해서였지만, 나중에는 걷는 행위가 주는 만족감 때문이었다. 아침에 50분 정도 걸으면 잡념이 줄어들고 일과를 시작할 긍정적인 동력이 생긴다.
작년 여름부터 걷는 루틴은 뛰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물론, 여전히 걸을 기회가 있을 때는 걷는다. 하지만 아침에는 걷는 대신 뛴다. 뛰는 건 걷는 것보다 여러 가지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운동 강도도 강도지만 운동 전후 준비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바쁜 일과 속에서 굳이 짬을 내어 달리는 사람들은 달리기가 주는 위안과 효과 때문에 수고로움을 감내한다. 달리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다. 몸이 편하고 자극에 쉽게 노출되는 방식이 홈 파인 공간에 가깝다면 짬을 내어 뛰는 행위는 홈 파인 일상 중에 매끈한 공간을 만드는 행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주도 춥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뛸 것이다. 일상에 매끈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