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고통 맞은 편에 놓여 있는 나의 고통

김금희「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

by 노창희

멜론에서 ‘사랑은 타이밍’이란 제목으로 검색해 보니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말고도 여러 곡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김금희의「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서울: 마음산책)를 읽고 문득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처음 얘기한 사람이 누군지가 궁금해져 구글에 사랑은 타이밍을 검색했는데 가장 먼저 버스커 버스커의 사랑은 타이밍이 나왔다. 그래서 다시 멜론으로 들어가 사랑은 타이밍을 검색했더니 여러 곡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사랑에서 중요한 것이 타이밍일지는 모르나 이별하는 과정에서는 타이밍 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지 모른다.


경은 매사에 도통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윤석 선배가 이별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러 온 것이 내심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경이 보기에 윤석은 “너무 늦거나 이른(70쪽)”사람인데, 이번에 자신을 찾아온 시점 역시 타이밍이 완전히 부적절했기 때문. 경은 은행에서 빌린 400만원을 빌려준 애인과 이별했던 시점이었던 것. 경은 윤석의 푸념을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던 상태였던 것이다.


경은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쳐다보는 윤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도 경이 그런 윤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윤석의 처지가 비참한 이별을 맞이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별한 두 사람에게 도시의 번잡함과 맞은 편에 놓여 있는 쓸쓸함은 두 가지다 견디기 힘들다. “도시에는 너무 많은 것이 있어서 괴로운데 또 막상 한적해지면 그렇게 비어가는 공간이 쓸쓸함으로 채워져서 문제였다(74쪽).”


실연당한 얘기만 늘어놓던 윤석은 민망했던지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해 강단에서 쫓겨난 김 강사에 대한 얘기를 시작한다. 김 강사는 왜 해고된 노동자들을 도와야 하냐고 묻는 학생 때문에 강의 도중 나가 버리고 다시 강의에 들어오지 않는데 이 일은 그가 강사 자리에서 해고되는 빌미를 제공하다. 경은 윤석에게 묻는다. 김 강사가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던 일을 기억하냐고. 윤석은 답한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75쪽)”왔다고.


나는 이 소설이 왜 해고된 노동자들을 도와야 하냐고 물었던 학생을 윤리적으로 공박하기 위해 김 강사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해고된 노동자들의 고통은 그들의 것만이 아니라 그 고통이 놓여 있는 맞은 편에 나의 고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서라면 오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를 떠난 그 혹은 그녀 때문에 내가 고통을 겪고 있지만 내 고통 맞은 편에는 상대방의 고통이 놓여 있다. 김 강사 얘기를 마치고 타이밍을 잘 못 맞추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윤석을 보면서 경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문득문득 하는 생각, 대체 지하철의 이 빈 공간들이 어떻게 지상의 압력을 견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빈 공간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상이 빈 공간을 견디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견디고 있어야 이 도시라는 일상의 세계가 유지되는 것이고. 각별히 애정한, 마음을 준 누군가 우리 일상에서 빠져나갔을 때, 남은 고통이 상대와 유리된 오로지 내 것이 되면서 그 상실감을 견뎌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상대 역시 견뎌야 완전한 이별이 가능한 것처럼(77-78쪽).” 사랑에는 타이밍이 중요할지 몰라도 상실을 받아들임에 있어 중요한 것은 나 못지않게 타인도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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