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그의 에그머핀 2분의 1」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덩달아 고단해진다. 그리고 곧이어 막막해진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견디어내야 하는가라는 친구같이 익숙한 피로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기가 진다. 나는 대개 출근 전 회사 근처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샌드위치를 아침으로 먹는데 가끔은 그 공복이 무척 견디기 힘들다.
김금희의「그의 에그머핀 2분의 1」(『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서울: 마음산책)의 주인공 선미는 매일 아침 공복에 시달린다. 지방에서 신촌까지 출근해야 하는 선미는 집에서 아침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버스 안에서 공복을 견딘다. 그 출근길이 고단하지 않을 수 없다. 출근길의 공복 때문인지 선미는“아침에 일어날 때면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기보다 마치 밭에서 무 같은 것을 뽑아올리듯 자신을 이불 속에서 끄집어낸다(40쪽)”고 느낀다.
그런 선미가 출근 전에 잠깐 여유를 찾는 시간은 햄버거 가게에 들려 “백지에 가까운 다이어리에 특별할 것 없는 일정을 적어보거나 이제는 사이가 소원해진 사람들의 SNS 계정에 들어가 댓글을 남길까 말까 고민해보는 것. 비 구경을 하거나 보도블록 사이로 난 풀잎들에 괜히 시선을 두는 것(41쪽)”과 같이 “사실상 앞으로 낮 동안 선미가 해야 할 업무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41쪽)”이었다. 하지만 선미는 “그런 무용한 것들을 할 때만 서울에서의 시간을 버틸 수 있을 듯한 기분(41쪽)”을 느낀다.
회사 사람들과 같이 점심을 먹기 싫었던 어느날 선미는 10시 전에만 김밥을 파는 노점을 발견한다. 그 김밥집은 10시 전까지만 열기 때문에 선미는 김밥을 사지는 못했다. 하지만 선미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도에서 사라져야 하는 노점이 어딘가 애틋하다고(42쪽)”고 느낀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펼쳐졌다 접히는 우산처럼(42쪽).”
부부가 함께 김밥을 팔고 있던 노점에서 남편이 다친 날 김밥집 단골인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부부 대신 김밥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김밥을 썰지 않고 김밥을 먹는 선미에게도 김밥 맛 “제대로”안다고 추켜세우고, 기름을 바르지 않고 김밥을 먹는 사람에게도 “김밥 맛 제대로(46쪽)” 안다며 추켜세운다.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 비위를 맞춰주는 남자를 보면서 선미는 그가 “혹시 영업이나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46쪽)”하고 짐작해 보지만, 김밥을 먹고 난 그의 행선지는 도서관이었다.
남편이 다친 동안 노점은 열지 않았다. 선미는 다시 햄버거 집으로 향했다. 거기서 뿔테 안경 남자를 다시 만나지만 그는 인사를 건네려는 선미를 “그대로 스쳐 지나가(51쪽)” 에그 머핀을 주문할 뿐이다. “에그머핀을 반 정도 먹다가 내려(51쪽)”놓는 그를 보면서 선미는 익명의 타인과 다름없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연대의식을 느낀다. “어떤 날에는 모든 것이 괜찮고 제대로인 듯하지만 어떤 날에는 반만 그렇고 또 어느 순간에는 불행히도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그것이 그의 흔한 아침인 걸까. 선미도 에그머핀을 다 먹지는 못하고 남자처럼 반을 남겼다. 그리고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사람들의 화사한 일상을 SNS로 지켜보았다. 이 도시의 어딘가에서 시작되고 있는 그들의 아침이 이 작고 완전한 프레임의 사진들처럼 온전할지, 그러니까 제대로일지, 혹시 잘려나간 어느 편에서는 울고 나서 맞는 아침은 아닐지 생각하면서(51쪽).”
각자의 사정으로 피곤하고 고단할 타인들의 피로한 모습을 보며 느끼는 서글픈 감정을 은희경의 ‘고독의 연대’를 빌려 ‘피로의 연대’라고 말해 볼 수 있을까? 잠시 잠깐 희미한 연대감을 느낄 따름이지만 그것이 오늘 하루를 견디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무용한 서정일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무용한 것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