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는 자아의 강화, SNS 페르소나의 탄생

수재나 E. 플로레스 『페이스북 심리학』

by 노창희

자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자아는 그렇게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나란 무엇인가』(이영미 역, 파주: 21세기북스)에서 한 명의 인간이 존재론적으로 통합되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분인’ 개념을 제시한다. 분인은 개인을 뜻하는 ‘individual’에서 접두사 in을 떼어 낸 ‘dividual’을 번역한 것으로 히라노 게이치로는 개인의 다양한 정체성이 분인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고 지적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0』(김난도·전미영·최지혜·이향은·이준영·이준영·김서영·이수진·서유현·권정윤, 서울: 미래의 창)에서 2020년 첫 번째 키워드로 꼽은 것이 ‘멀티 페르소나’다. 이 책에서 멀티 페르소나를 중요한 트렌드로 꼽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SNS 때문이다. 이 SNS를 대표하는 플랫폼이 페이스북이고 수재나 E. 플로레스(Suzana E. Flores)의 『페이스북 심리학』에서는 이 페이스북이 우리의 일상에 미친 파장을 다룬다.

분인 개념도 얘기했지만 어빙 고프먼을 포함한 많은 사회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인간이 연기하며 생활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얘기해 왔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같은 SNS 플랫폼으로 인해 연기하는 자아는 보다 확장되어 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페이스북 심리학』에서는 대체로 페이스북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참된 삶을 공유하지 않(17쪽)”는다. “페이스북에서 자기정체성, 자기 표현,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하여 관찰되는 가장 중요한 변화들은 다음과 같다. 자기 이미지를 편집하거나 강화하는 데 쓰는 시간의 증가, 공개적 표현의 욕구 증가와 사생활 보호 욕구 쇠퇴, 프로필을 통해 연기하는 데 몰두하기, 현실의 상호작용은 무시하고 페이스북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기 등이다(25-26쪽).”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예쁘게 편집된 자신을 드러내고 그와 비교할 때 초라한 내 실제의 모습에 실망한다.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내 동의를 구하지 않고 포스팅한 친구에게 실망한다. 인정과 공감을 구하기 위해 포스팅한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주지 않은 지인들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사람과 연인이 되었는데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 모두 거짓말이었다. 헤어진 연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스토킹을 하는 것을 넘어서서 실제로 폭력을 행사한다. 이상의 사례들은 『페이스북 심리학』에서 다루는 부정적인 영향들이다.


『페이스북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포스팅을 하고 나면 페이스북에서 로그아웃하라(261쪽).”,“페이스북 확인을 하루 세 번, 총 30분만 하라(261쪽).”와 같은 처방을 내놓고 있는데 사실 나는 이러한 부분이 좀 과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한 사례들처럼 극단적인 중독 현상으로 인해 일상이 망가지고 있다면 위와 같은 처방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SNS 이용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건강하게 이용하고 있다. 오히려 오프라인 만남이 주는 부담과 번거로움 없이 고립감과 소외감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


‘필터 버블’이라는 용어가 얘기하는 것처럼 정보 편식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보기 싫고 듣기 싫은 정보를 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개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는 SNS의 맞춤형 추천 기능이 주는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이로 인해 초래되는 양극화, 혐오의 심화는 분명 대안 마련이 필요한 중요한 사회적 의제다.


이제 연기하는 자아가 더욱 강화되고, 나를 편집하여 SNS 상에 드러내는 SNS 페르소나는 이 사회를 살아감에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 역시 심각하다. 하지만 이를 부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페이스북 심리학』의 다음과 제안은 귀 기울여 들을만하다. “페이스북과 소셜미디어는 개인과 사회가 긍정적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먼저 우리가 자기 자신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방식을 이해해야만 그러한 성장은 이룰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모든 사람이 잘 살고자 하는 기본 욕구(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요인들을 최대화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을 최소화하면서 살고자 하는)를 똑같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접근한다면, 페이스북은 개인 성장과 사회 성장을 우한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책임 있게 행동한다면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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