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 제공하는 거래의 합리성과 감정의 교환

장류진,「도움의 손길」, 『일의 기쁨과 슬픔』.

by 노창희

온라인의 형태든 오프라인의 형태든 플랫폼을 통해 가사 일을 도와줄 누군가를 찾는 일은 대한민국에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업체를 통해 가사 도우미를 소개받는 일은 플랫폼 노동의 영역에 해당될 것이다. 드라이하게 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합리적인 가격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예전과 같이 사적인 인연에 의존해 일거리를 찾는 게 아니라 플랫폼을 활용하면 일자리를 소개받을 수 있으니 서로에게 합리적인 거래가 될 수 있다.

장류진의「도움의 손길」에서 ‘나’와 ‘남편’은 많은 대한민국의 젊은 부부들이 그렇듯 전세를 전전하다가 비록 대출을 받았을지언정 집을 마련하는데 성공한다. 전에 살던 집보다 고작 2평이 는 것뿐인데 나는 청소에 어려움을 겪는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가사 도우미를 쓰기로 한다. 나는 남편이 가사 도우미에 대해 아줌마라고 얘기하는 것이 거북할 정도로 가사 도우미를 쓰는 문제에 민감하다. 즉, 나는 가사 노동을 맡기는 사람에 대한 일종의 윤리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네 번째로 집안일을 도와준 아주머니의 일솜씨가 마음에 들어 격주로 나는 그 아주머니에게 일을 주기로 한다. 아주머니는 내심 매주 일하기를 바라지만 애도 없는 집을 매주 아주머니에게 맡기기는 부담스러웠던 것. 말끝마다 본인이 깔끔한 성격임을 강조하는 아주머니는 실제로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그런데, 일을 몇 차례 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왜 애가 없냐는 둥 훈계를 하며 많은 말을 쏟아내는 그녀의 가족 이데올로기적인 가치관과 잔소리 조의 충고, 그리고 횟수가 반복될수록 성실성이 떨어지는 그녀의 태도가 문제였던 것.


서로의 필요에 따라 거래를 주고받지만 이런 거래에는 부득이하게 감정의 교환이 발생하게 된다. 나는 자기 집을 치우는 것에 사람을 쓴다는 것 자체가 찜찜한 데다 상대가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상대이기 때문에 가급적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을 훈계하려는 그녀의 태도와 시간이 지날수록 안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아주머니의 업무 태도는 가사 도우미를 바꾸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그만두시라고 말하려는 찰나 아주머니가 먼저 매주 나오라는 집이 있어 이제부터 나오지 못한다고 나에게 얘기한다. 점심때 가사 도우미를 쓸 거면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충고와 함께.


“나는 무엇이 ‘진짜’인지(130쪽)”인지 아는 사람이었지만 이런 식의 감정 교환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니 이런 핀잔을 들을 수밖에 없다. “새댁이 잘 몰라서(155쪽)”라는 핀잔을. 우리는 이제 이러한 방식의 감정 교환에 익숙해 져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감정 교환을 매개해 주는 플랫폼은 더욱 발달 될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은 아직까지 감정 교환의 영역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플랫폼에 돈이든 우리의 시간이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그 대가가 우리의 감정까지 정당하게 측정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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