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태고의 시간들』. 은행나무.
양차 대전 이후 세계는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다. 물론, 그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산주의가 급격히 붕괴되었고,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였다. 양차 대전을 겪은 이들에게 세계는 폐허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는 『태고의 시간들』에서 이 세계를 신화적 설정과 마술적 리얼리즘적 요소를 가미하여 다시 재창조 해낸다. 『태고의 시간들』은 등장인물 각각과 게임의 시간을 포함하여 다양한 주체에게 자신의 상태를 보여주는 시간을 부여한다. 『태고의 시간들』은 1인칭이 아닌 전지적 관점에서 각각을 다루면서 장별로 주인공 되는 주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계를 다룬다.
“『태고의 시간들』은 20세기(대략 1910년경부터 대략 1990년 초반까지)를 배경으로 토카르추크가 창조해낸 상상의 마을 ‘태고’에서 살아가는 니에비에스키 가족 삼대(미하우와 게노페바, 미시아와 이지도로, 아델카)에 걸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의 시간’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는 84편의 조각 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주인공은 태고에 존재하는 다양한 주체들(니에비에스키 가족과 그 이웃들, 외부인들, 동식물, 신(神), 사물, 죽은자 등)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언뜻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시공간 속에서 전개되고 있기에 서로 긴밀하게 뒤얽히고 맞물려 있으며, 하나의 중심서사를 향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흘러간다(최성은, 「옮긴이의 말, 그렇게 시간은 공간이 되고……」, 371쪽).”
전쟁에 의해 전쟁 이후 온전히 수습되지 않은 비참에 의해 아니 세상의 본질적인 모순으로 인해 인간들은 망가져 가고 병들어 가고 죽어 간다. 그럼 이 사태를 지켜보는 신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태고의 시간들』에서는 신조차 무기력하다. “신은 점점 늙어갔다. 그리하여 여덟 번째 세계에서 신은 이미 노쇠해버렸다. 그의 사고력은 점차 약해졌으며 곳곳에 허점이 생겼다. 말도 횡설수설했다. 신의 생각과 말로써 생겨난 세상도 마찬가지였다. 하늘은 말라비틀어진 나무처럼 갈라지고, 땅은 여기저기가 썩어 문드러져 동물들과 사람들의 발밑에서 무너져 내렸다. 세상의 경계는 닳고 해져서 먼지가 되었다(356쪽).”
신조차 감당할 수 없는 이 세상의 비참을 어떻게 할 것인가? 『태고의 시간들』은 장대한 신화적 세계다. 『태고의 시간들』이 신화적 세계인 것은 신화적 세계로 돌아갔기 때문이 아니라 올가 토카르추크가 현대를 신화적 비극으로 재창조해 냈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는 신과 자연과 인간이 공평하게 무기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