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알바생 자르기」, 『산 자들』. 서울: 민음사.
혜미는 외국계 기업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이 소설 제목에 명시되어 있듯이 알바생인 것이다. 말이 좋아 외국계 회사지 10명 정도의 규모밖에 되지 않는 이 회사에서 사장은 혜미가 자꾸 거슬린다. 출근이 늦고 내·외부적으로 싹싹하지 않다는 평가가 자꾸 들려 오기 때문이다. 이제는 퇴사한 전임자 박차장이 데리고 있던 혜미와 함께 일하는 은영은 혜미가 골칫거리다. 자기가 뽑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혜미가 어떤 목적으로 뽑혔는지 정확히 모를뿐더러 혜미가 자신의 업무에 딱히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영은 집안 환경이 좋지 않은 혜미를 칼같이 자르는 것에 동의하기도 어렵다.
사장은 은영에게 혜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일임한다. 사장이 은영에게 권한을 준 것 같지만 사실 은영에게 골치 아픈 알바생을 네가 정리하라고 등 떠민 것이나 다름없다. 은영은 혜미를 지켜본다. 사소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반복되다가 결정적으로 여의도 공원에서 불법 파업 규탄대회에 참석하라는 은영의 지시에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가지 못하겠다고 하니 인내심이 바닥난 은영은 혜미를 자르기로 결심한다. 사장은 바로 찬성한다. 은영이 알지 못했던 사실은 알바생을 자르는 것에도 엄연한 절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은영은 사장에게 보고해 권고사직을 사유로 하여 위로금을 지급한다. 이것도 모자라 혜미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추가 금액을 요구한다. 은영은 기가 막힌다. 그리고는 묻는다. “이게 처음부터 다 계획이 돼 있던 거(41쪽)”냐고.
혜미가 마치 음흉한 책략을 구사한 것처럼 얘기하는 은영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 이것은 사장도 마찬가지다. 알바생에게도 보장되어야 하는 노동권이 있고, 국가는 그 노동권을 회사에서 보장해 주지 않으면 바로 잡아 주어야 하는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모르고 있는 것은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면 그만큼 의욕을 가지고 자기 일에 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물론, 의욕적으로 일을 해서 정규직이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물론, 은영의 입장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노동권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노동권이 소중하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알바생 자르기」는 갑과 을이 아닌 을과 병의 역학관계를 다룬 단편이다. 여기서 갑은 을의 편을 들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병을 통해 을을 압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알바생 자르기」에서는 을과 병의 가진 권력의 차이가 두드러지지만 갑의 입장에서 이 권력의 차이를 자신이 유리하게 조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문제다. 윤리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전략적인 차원에서도 을과 병은 연대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 사회다.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장강명의 장기가 잘 드러난 단편이다. 등장인물들이 캐릭터는 생생하고 상황에 대한 묘사는 설득력이 있을 뿐 아니라 모르고 있던 정보를 알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왜 노동권이라는 것이 보장받아야 하는 가치인지를 환기해 준다는 측면에서 전해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장강명다운 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