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대기발령」, 『산 자들』. 서울: 민음사.
행복동행팀의 윤수, 지연, 중훈, 희정, 연아는 사내 잡지 행복동행이 폐간되면서 대기발령을 당한다. 대신 자회사인 티앤티로 다같이 보내 주겠다고 한다. 모회사에서 자회사로 가는 것이 달가운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이들은 대기발령 상태에서 모기업에서 버틴다. 하지만 아무 할 일 없이 책상을 지키고 근태는 대기발령 이전부터 훨씬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에 행복동행팀 모두 힘들어 한다.
연아는 티앤티 대표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사실 자기는 고참인 윤수, 지연, 중훈은 받을 맘이 없고 희정과 연아만 받고 싶었다는 것. 알고 보니 희정은 홍보팀으로부터 부서 이동을 제안받은 상태였다. 조건은 희정을 제외한 나머지들이 티앤티로 갈 경우에 한해서였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희정은 홍보팀으로 가지 못한다. 연아는 회사에서 원래 제안했던 대로 티앤티로 이직하지 못하고 새로 면접을 보고 중훈이 행복동행에 대해 올린 글에 수고했다는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반성문까지 쓰고서야 티앤티로 가게 된다.
결국 윤수, 지연, 중훈, 희정, 연아는 동행하고자 하지만 짧은 동행 끝에 최악의 판단을 하고 만 셈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이들 다섯 명이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아 불이익을 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대기발령을 지시한 회사의 지침에 있다. 회사에 내건 조건은 당사자들에게도 자회사인 티앤티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모두 우물쭈물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회사는 다섯 명 모두를 회사에서 내보내는데 성공 하게 된다.
연아가 마주한 상황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언젠가는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귀결이다. 정년을 온전히 채우는 일은 쉽지 않고 임원이 되거나 창업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면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동료와 어떤 방식으로 연대해야 하는가? 혹은 연대가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정답도 없고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 죄수의 딜레마 같은 모순적 상황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