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 없는 경력과 취업의 악순환 고리

장강명, 「카메라 테스트」, 『산 자들』. 서울: 민음사.

by 노창희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장 경쟁률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정말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직업군이있다. 바로 아나운서다. 아나운서가 된다고 해서 다른 직장보다 돈을 엄청나게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아나운서가 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처우를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다음 문장에 이름을 올린 방송사 중 일부 방송사 정도의 아나운서가 아나운서다운 대접을 받는다. “아나운서 지망생들 사이에서 선호도는 공중파 3사, 종합 편성 채널, 지역 MBC, 지역 민방, 케이블방송, 인터넷 방송의 순이었다(203쪽).” 하지만 아나운서라는 직업에는 일종의 상징자본이 있다. 그런데 이건 비단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현실적인 처우 이외에도 대한민국 사람들이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그런 직업들이 가지는 상징자본 때문이다.

아나운서 지망생 지민은 “카메라 테스트 받은 지 스무 번 만에(196쪽)” 면접 기회를 얻는다. 창원 MBC 아나운서 채용이었다. 지민은 창원으로 가는 KTX에서 같이 면접볼 경쟁자를 만난다. 지민보다 세 살이 많은 28살 그녀는 교통방송에서 교통정보를 안내하는 프리랜서 리포터였다. 그녀의 다음과 같은 말은 대한민국 취업시장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경력이 없으면 취업을 못 하고, 취업을 못 하니 경력을 못 쌓고, 이 고리를 어떻게 깨야겠어요(205쪽)?”


확실한 기준이 존재하는 (그래소 문제가 있다고 비판받기도 하는) 공무원, 임용고시 등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의 많은회사들이 경력 있는 나이 어린 신입을 선호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작가의 논픽션『당선, 합격, 계급』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아마도 「카메라 테스트」는 『당선, 합격, 계급』의 취재 과정에서 소재를 얻었을 것이다.


지민은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하면서 학원비만 1,000만원을 투자했다. 아마도 아나운서의 꿈을 접지 않으면 투자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 투자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지민은 삶의 전환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제 자기 삶이 전환기에 이르렀음을, 어떤 불확실성의 영역에 들어섰음을 지민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음 단계’를 향해 정신없이 빠르게 미끄러지고 있었다. 지금 어떻게 미끄러지느냐가 앞으로 수십 년을 좌우할 것이었다(227쪽).”


면접에서 큰 실수를 한 지민은 아마도 창원 MBC에 합격하지 못할 것이다(이 단편은 그 결말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럼 지민은 큰 판돈이 필요한 이 도전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까? 아마 당분간은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거기에 너무나 큰 판돈을 투자했고, 언젠가는 잘 될 것이라는 희망고문은 지민을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괜찮다고, 아직 기회가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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