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지구 밖에 마을에서는 성년이 되면 시초지로 떠나는 관습이 있다.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그 시초지는 지구이다.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데이지에게는 두 가지 궁금증이 있다. 하나의 궁금증은 “왜 책 속의 세계에는 갈등과 고난과 전쟁이 있는데 이 마을은 이렇게나 평온한 걸까?(18쪽)”라는 것. 다른 하나는 왜 순례자 중 일부는 시초지에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것.
데이지는 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지고 금서를 찾아 헤매던 끝에 그 비밀을 추론해 내게 된다. “사람들이 칭송하고 존경하는 설립자들(22쪽)”인 릴리와 올리브의 비밀을. 끔찍한 흉터를 지니고 있던 태어난 릴리는 뛰어난 유전공학자가 된다. 릴리는 자신과 같이 불행하게 태어날 아이들이 생겨나지 않기 위해 당시 법으로 허용되지 않았던 배아 복제를 통해 아름다운 아이들을 만들어 낸다. 후일 그들은 개조인으로 불리게 된다.
릴리는 최초로 배아 복제를 시도했던 시점으로부터 20여년이 넘게 흐른 어느 날 자신의 아이를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결함을 해결하지 못한 채 올리브가 태어나게 된다. 올리브는 릴리와 마찬가지로 얼굴에 끔찍한 흉터를 가지고 태어난다. 릴리는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리브를 태어나게 하고 냉동한다.
올리브는 지구로 와서 왜 릴리가 자신이 태어나도록 했는지를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얼굴의 흉터가 있다는 이유로 멸시받거나 동정받는다. 유일하게 그녀를 멸시와 동정이 아닌 애정으로 대해 주는 델피를 만나고 릴리의 진실을 어느 정도 알게 된다. 그녀가 배아 복제를 시작한 이유와 그로 인해 초래된 불행 그리고 릴리가 자신의 존재를 페기하지 않게 된 이유를.
화자인 데이지가 사는 통제된 마을에서는 일상에서 균열일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통제되어 있다. 하지만 데이지는 순례에서 돌아와 슬퍼하는 이를 보고 균열이 발생함을 느낀다. “어쩌면 일상의 균열을 맞닥뜨린 사람들만이 세계의 진실을 뒤쫓게 되는 걸까?(19쪽)” 그리고 깨닫는다. 근원을 알 수 없는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걸. 릴리는 갈등과 모순이 없는 세상을 꿈꾸었지만 그러한 실험실은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다.
릴리의 다음과 같은 이상은 바람직하지만 불가능한 이상이다. “아름답고 뛰어난 지성을 가진 신인류가 아니라, 서로를 밟고 그 위에 서지 않는 신인류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49쪽).” 올리브는 결국 다시 시초지인 지구로 떠난다. 거기서 델피와 함께 차별과 배제로 인해 괴로워하는 이들을 돕다가 죽는다. 릴리로 인해 발생한 차별을 조금이나마 바로 잡기 위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흥미롭다. 삶의 조건을 기술의 진화로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이 확산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 문제에 대한 철학적, 문학적 고찰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그 문제 이전에 균열과 갈등이 없는 세계에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 역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만 하다. 분명한 것은 모순 없는 세상에서는 좋은 문학도 탄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순 없는 세상은 불가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