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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Jan 04. 2020

2020년대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향방

2010년대 저널리즘의 주요쟁점을 중심으로

먼저 이실직고하자면 이 글은 2020년대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향방을 전망하는 글이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보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쟁점은 무엇인지를 짚어보자는 것이 이글의 취지다. 향방을 논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1월 1일에 JTBC 뉴스룸에서 신년토론으로 <한국 언론, 어디에 서 있나>를 진행했다. 유시민 작가와 진중권 전교수가 이미 온라인상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었으므로 화제가 되었고, 날 선 논쟁이 오고 갔다. 예상보다는 차분하게 토론이 이뤄졌다고 논평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글에서는 이 토론회에서 나왔던 쟁점 중에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을 포함하여 이창현 교수와 정준희 교수의 발언과 사회자였던 손석희 사장의 발언까지 직접 언급을 하였건 간접적으로 동의를 표했건 현재 우리나라 저널리즘의 쟁점이 무엇인지 공통분모를 추려보고자 한다.     


우선 미디어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뉴스 매체가 다양해졌고, 과거 뉴스 독자에 머물 수밖에 없던 이들이 직접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수용자 연구의 대가 제임스 웹스터(James, G. Webster)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참여사회(participatory)의 도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특정 견해를 공유하는 이들이 자신들이 듣고 싶은 유사한 의견만이 공유되는 공간으로 미디어 영역이 변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Webster, 2014/2016). 웹스터는 이를 메아리 공간(echo chamber)이라고 표현한다.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는 이에 대해 ‘필터버블이라고(filter bubble)’ 표현한다(Pariser, 2011/2011). 알고리즘을 통해 본인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주는 디지털 플랫폼 이용환경에서는 알고리즘이라는 필터를 거쳐 내 입맛에 맞는 정보 중심으로 가치관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필터버블을 우려하는 이들이 가진 고민의 지점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가 가져올 기대와 우려는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쟁점을 제기한다. 먼저, 여론의 양극화 문제부터 살펴보자. 대한민국이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여론의 양극화가 어느 정도 심한지를 떠나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현상이 갈수록 심화 될 우려가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기존 뉴스 매체의 신뢰도가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 될 것이다. 이용자들이 신뢰도가 낮은 기존의 뉴스 매체를 통해 뉴스를 보기보다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뉴스 및 시사 정보를 접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이용자가 저널리즘 환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보도에 관한 논란이 과거보다 늘어난 것은 근본적으로 매체 환경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과거 저널리즘 지형이 몇몇 매체에 의해 독·과점되어 있었을 시절에는 뉴스 독자가 뉴스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뉴스 이용자가 보도된 정보를 자신이 검증하거나 보다 심층적인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본인이 직접 저널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대한민국의 뉴스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2018)에서 5,000여 명을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2017년 5점 척도 기준으로 3.62이었던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2018년에 3.58로 떨어졌다가 2019년에 2.92로 급격히 하락했다(아직 2019년 보고서는 나오지 않았다. 2019년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매체별 신뢰도의 평균을 필자가 계산하여 제시한 것이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12. 27).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는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 38개국 뉴스 신뢰도 비교 >

자료: YouGov의 조사 결과를 김선호·김위근(2019)에서 재인용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온라인 조사 업체 YouGov에 의뢰하여 38개국 7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한국인 설문 응답자는 2,035명)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뉴스 신뢰도는 최하위이다. 59%의 신뢰도를 보이며 1위를 차지한 핀란드와 비교하면 거의 1/3 수준이다. 그럼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 정확한 원인을 헤아려 보는 것은 무척 힘들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사전상에 존재하는 언어처럼 사용되는 ‘기레기’라는 멸칭과 대한민국의 뉴스 신뢰도는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MBC 보도 국장인 박성제가 저널리즘 관련된 전문가들을 인터뷰하여 해직언론인 시절에 썼던 『권력과 언론: 기레기 저널리즘의 시대』에서는 2014년 세월호 보도가 “언론에 대한 경멸을 분노로 바꾸어 놓았(박성제, 2017, 7쪽)”다면서 “언론이 생산하는 콘텐츠가 수용자보다는 권력과 광고주, 자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시민들이 깨닫기 시작(7쪽)”했다고 지적한다.      


박성제의 지적이 맞느냐 그렇지않느냐를 떠나 언론은 본질적으로 정치와 상업성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정부로부터 면허를 부여받아 운영하는 언론사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언론사에게도 정치는 가장 중요한 보도의 대상이므로 정치와 무관할 수 있는 언론사는 존재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정부의 압력과 무관하게 현재의 미디어 환경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도 특정한 정치 성향을 띄는 것이 유리하다. 과거 정치성과 상업성이 어느 정도 구분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저널리즘의 영역에서는 매체의 정치적 성향과 상업성이 결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현재의 미디어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용자들의 편향성은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여 정치 뉴스들도 자극적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2010년대 대한민국 저널리즘 지형을 정리해보면, 이용자 참여의 확대, 여론의 양극화 심화, 뉴스에 대한 신뢰도 하락, 정치성과 상업성이 결부되면서 정치 뉴스가 갈수록 자극적으로 되어 가고 있다는 것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쟁점이 있겠지만 상당수가 동의할 수 있는 변화를 꼽자면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 2020년대 건전한 저널리즘 지형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안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이는 드물 것이다. 원론적인 차원에서 몇 가지를 얘기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과거의 공정성 개념에서 벗어나 뉴스에 대한 팩트 검증 기능을 언론사가 강화하고 심층 보도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언론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팩트 검증 기능을 강화하는 것에는 많은 부담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와 일반인이 획득할 수 있는 정보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되었을 때 언론사가 지속적으로 생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사의 매체에서만 알 수 있는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언론사가 심층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부분적인 방식으로나마 온라인 및 모바일에서 구독 모델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은 구독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저널리즘 역시 종이 신문 외에 디지털 영역에서의 구독 모델을 도입 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회복과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다.      


이용자들은 본인 자신을 위해서라도 뉴스를 해독할 수 있는 리터러시를 함양할 필요가 있다. 무척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성향에 맞는 뉴스를 보는 것과 팩트가 맞느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용자가 본인의 성향에 맞는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사실의 진위 여부에 대한 확인을 할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미디어 생태계가 디지털 위주로 재편되어 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정보의 진실성을 가늠하고 이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미디어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뉴스를 거치지 않고서 개인이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건강한 저널리즘 환경의 구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왔지만 여전히 저널리즘과 관련하여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2020년대에는 2010년대 보다 건강한 저널리즘 환경이 구축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김선호·김위근 (2019).『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박성제 (2017). 『권력과 언론: 기레기 저널리즘의 시대』. 파주: 창비.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12. 27).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언론수용자 조사> 주요 결과 발표>.

Pariser, E. (2011). The filter bubble. 이현숙·이정태 (역) (2011).『생각 조종자들』. 서울: 알키.

Webster, J. G. (2014). How audiences take shape in a digital age. 백영민 (역) (2016).『관심의 시장: 디지털 시대 수용자의 관심은 어떻게 형성되나』.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이미지 출처: Photo by AbsolutVision on Unsplash https://unsplash.com/photos/WYd_PkCa1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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