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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Jan 05. 2020

관심과 구독, 스트리밍의 두 축

관심경제와 구독경제는 스트리밍에 어떻게 적용되는가?

제4차 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 5G 상용화 등과 같은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가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이다. 국내의 경우 여전히 방송이라는 말로 전체적인 동영상 시장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인터넷 방송이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쓰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전파를 통해 방송을 내보내는 행위를 뜻하는 방송이라는 용어를 지금의 스트리밍 시장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향후에도 오랫동안 방송이라는 용어와 동영상이라는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이라는 용어는 법·제도적인 용어를 넘어 일종의 관용어로 자리 잡은 것이다.      


모바일로 동영상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한 네트워크 환경이 구축되고,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 기반 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바일을 통한 스트리밍 이용은 이제 동영상 소비의 대세가 되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현재의 스트리밍을 환경을 대표하는 사업자들이다. 이들 스트리밍 서비스가 유용한 것은 가정 내에서는 미러링을 이용하여 TV단말기를 통해 큰 화면으로도 편리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뿐 아니라 사업의 출발점과 무관하게 미디어 영역의 사업자들 중의 상당수가 스트리밍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작년에 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사업자인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고, 스마트 미디어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이 애플TV+를 출시하면서 스트리밍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였다. 이제 OTT라고 지칭되는 이들 서비스는 단순히 기존 방송와 달리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그럼 이들의 시장 행위와 이용자들의 이용행태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용어는 무엇일가? 나는 그것을 관심(attention)과 구독(subscription)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미디어 자체가 희소한 자원이었다. 희소성이라는 말이 사용된 이유는 방송이 희소한 자원인 전파를 이용하여 송출되었기 때문이다. 방송을 포함하여, 신문, 영화 등 수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미디어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디어가 넘쳐난다. 웹스터(Webster, 2014/2016)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과거에는 미디어가 희소한 자원이었다면 이제는 이용자가 희소한 자원이라고 지적한다. 웹스터는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관심의 시장(the marketplace of attention)이라고 얘기한다. 방송의 최초 모델은 무료 모델이었다. 여기서 무료라는 말은 시청자 입장에서 무료였다는 것이다. 방송사는 시청자가 방송에 시간을 내어주는 대가로 광고주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그를 통해 사업을 영위해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스마이드(Smythe, 1977)는 수용자가 방송을 시청하는 행위는 방송사가 수용자를 광고주에게 파는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방송은 이미 시청자의 관심을 두고 경쟁하는 매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가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의 강도가 지금보다 훨씬 약했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스트리밍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두고 경쟁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대표적인 플랫폼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를 통해 확보한다. 광고주가 광고를 사업자에게 주는 가장 큰 근거는 이용자의 이용률이다. 플랫폼 시장에 이용자의 이용률을 측정하는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의 핵심적인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는 것이고 많은 이용자가 방문하면 방문할수록 데이터는 축적되고 이용자의 취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선순환 효과를 일으켜 이용자를 자신이 만든 플랫폼과 서비스에 체류하게 만든다. 이것이 광고로 이어지게 된다. 프리미엄 서비스는 구독형이지만 유튜브의 경우 아직까지 대부분의 수입을 광고를 충당하고 있다. 이용자의 관심은 유튜브가 가진 경쟁력의 원천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월정액 이용료가 수익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사업자들에게도 이용자들의 관심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구독으로 이어지게 된다. 유튜브의 많은 채널들은 구독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수익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많은 구독자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독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채널에 대한 충성도 높은 이용자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월정액을 내고 구독을 해야 하는 경우는 이용자 입장에서 훨씬 큰 기회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관심을 끌지 않고서는 구독을 유도할 수 없다.      


관심이 기본이며, 관심이 구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요점이다. 그럼 현재 주목받고 있는 구독 경제라는 것은 무엇일까? 구독 모델은 아주 오래된 모델이다. 대표적인 구독 모델은 신문이었다. 신문은 월정액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였으며, 광고까지 실었기 때문에 양면 시장 모델이기도 했다. 주오라(zuora)에 따르면 현재의 구독 경제(subscription) 모델은 이전의 제품 경제(product economy)와는 다른 새로운 모델이다. 제품 경제 모델에서는 소비자, 제품 운송 등이 모두 일회성으로 이루어졌다. 새로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구독 경제 모델은 월정액을 받고 단일 상품이 아닌 다양한 상품을 이용자에게 제공한다(https://www.zuora.com/vision/subscription-economy/). 하지만 구독 경제 모델에서도 이용자의 관심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용자들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많이 이용해야 이용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제작 및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래야 이용자가 구독자에서 이탈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심에서 구독으로 넘어오지만 구독을 시작한 이후에도 이용자들을 잡아두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신규 구독자 확보를 위해서도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충분히 이용해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유리하다. 관심과 구독은 끊임없이 물고 물리는 관계인 것이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관심 경제를 통한 광고 확보가 유리한지 구독 모델을 통한 월정액 모델이 유리할지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가령, 전세계적으로 1억 5천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우 광고도 수익모델로 삼고싶은 유혹이 지속될 것이다. 넷플릭스는 한 개의 계정으로 4명까지 같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굉장한 광고 커버리지를 가지고 있는 플랫폼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이용자들은 넷플릭스가 광고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거세게 저항할 것이다. 구독과 관심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도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수익 모델을 고민 함에 있어서는 모순이 되는 관계이기도 하다. 구독과 관심은 스트리밍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쟁과 함께 흥미로운 고민거리를 던져 줄 것이다.         


참고문헌     

Smythe, D. W. (1977). Communications: Blindspot of western marxism. Canadian Journal of Political and Social Theory, 1(3), 1-27.

Webster, J. G. (2014). How audiences take shape in a digital age. 백영민 (역) (2016).『관심의 시장: 디지털 시대 수용자의 관심은 어떻게 형성되나』.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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