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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Jan 06. 2020

나는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보고 있는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단상

제4차 산업혁명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고,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성장동력으로 여러 가지 것들이 거론되었으나 현재 가장 크게 체감되는 부분은 데이터 기반 추천 시스템이다. 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유용한 것은 사업자 입장에서 이용자의 니즈를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내가 필요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기 때문에 인지적 수고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넷플릭스 증후군(Netflix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다. Urban dictionary에 따르면 이는 풍부한 선택권이 있을 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https://www.urbandictionary.com/define.php?term=Netflix%20Syndrome). 넷플릭스 증후군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의미는 과도한 넷플릭스 이용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유건식, 2019; Moylan, 2011. 4. 25). 스트리밍 환경에서는 기존의 방송 환경 보다 훨씬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볼지 결정하기 어렵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지나치게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는 이용자가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로 콘텐츠 및 서비스 제공방식을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Puterbaugh, 2019. 8. 13).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받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넷플릭스라는 스타트업을 신화적인 기업으로 만들어주는 데 날개를 달아 주었다. 뒤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어느 정도는 정치적인 과정이고 이는 기업과 콘텐츠를 프로모션 하는데도 기여한다. 그럼 넷플릭스는 어떻게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가? 모든 과정이 공개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넷플릭스는 기본적인 원칙을 공개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다음의 6가지를 고려하여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추천한다고 밝히고 있다(https://help.netflix.com/ko/node/100639).    

    

·Netflix 서비스와의 상호작용(시청 기록, 다른 콘텐츠 평가 결과 등)

·유사한 취향을 가진 회원 및 Netflix 서비스에서의 선호 대상

·장르, 카테고리, 배우, 출시연도 등 콘텐츠 관련 정보

·하루 중 시청 시간대

·Netflix를 시청하는 디바이스

·시청 시간     


하지만 일반 이용자들 입장에서나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을 보다 자세히 알고 싶은 연구자 입장에서나 위와 같은 설명은 충분치 않다. 이 때문에 보다 자세한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과 이용자가 보다 정교한 추천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개한 아티클도 있고(McFadden, 2019. 6. 13), 대부분의 넷플릭스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천받을 만큼 충분한 시간 동안 넷플릭스에 체류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술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도 있다(Park, 2019. 8. 3).     


개인적으로 개선 방법 보다 박의 연구(Park, 2019. 8. 3)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넷플릭스가 정확하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체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넷플릭스가 자신들이 제작한 오리지널이나 더 많은 이용자들이 소비하기를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해 주지 않을까 하고 의심해 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다음과 같은 웹스터(Webster, 2014/2016, 32-33쪽)의 지적은 이러한 의심을 더욱 강화시켜 준다.      


“미디어 측정치의 존재는 측정하고자 하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즉 이는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sy)의 일종이다. 만약 아마존(Amazon)이나 넷플릭스(Netflix)가 “귀하와 비슷한 사람들”이 어떤 영화를 보았다고 말하면, 그 영화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추천 시스템의 추천은 단순히 인기도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인기도를 만들어 내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측정치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측정치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며, 어떤 경우에는 측정 결과를 조작하려 시도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미디어 측정치를 산출한다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활동에 머무르지 않는다. 종종 미디어 측정치를 산출하는 것은 정치적 과정이 된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을 대표하는 플랫폼이지 가장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니다.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아직 국내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디즈니+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할 때 넷플릭스 증후군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출발점 자체가 엔지니어링 기업이었던 넷플릭스 보다 다른 기업들이 더 훌륭한 추천 시스템을 갖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넷플릭스 증후군을 잠식 시키기 더욱 어려운 플랫폼들이 앞으로 나올 텐데 이용자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해 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앞서 소개한 아티클에 나와 있는 것처럼 나의 선호도를 보다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내가 주체적으로 노력하는 방법도 있다(Puterbaugh, 2019. 8. 13). 하지만 동영상 소비는 기본적으로 여가활동이다. 저렇게까지 하면서 여가를 즐겨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는 이용자들이 있을 것이다. 갈수록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보고 있는지 플랫폼에서 이용하기를 원하는 콘텐츠를 내가 이용하고 있는지 구분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의 투자는 계속될 것이고, 이용자들은 더욱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딜레마는 계속되겠지만 각자가 그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참고문헌     


유건식 (2019).『넷플릭소노믹스』. 파주: 한울.

McFadden, C. (2019. 6. 13). How Exactly Does Netflix Recommend Movies To You? Interestingengineering.

Moylan, B. (2011. 4. 25). Do you suffer from netflix streaming syndrome? Gizmodo.

Park, N. (2019. 8. 3). How to solve the problem of “Netflix Syndrome” — a UX case study. UX Collective. 

Puterbaugh, J. (2019. 8. 13). Are we all facing netflix syndrome? As we reach the limits of the attention economy, we must return to the original “connected” marketing paradigm. AdAge.

Webster, J. G. (2014). How audiences take shape in a digital age. 백영민 (역) (2016).『관심의 시장: 디지털 시대 수용자의 관심은 어떻게 형성되나』.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이미지 출처: Thibault Penin https://unsplash.com/photos/3HInbCmQ8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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