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을 때의 고통, 좌절, 비난 등등은 모두 저 혼자 감당해야 할 것들이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오장육부 뼈마디가 다 녹아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실행한 모든 도전의 목적은 우리 가족이 잘 되고,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더불어 나도 잘되는 것에 있었지만, 그런데도 저는 항상 '이 일이 과연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인지, 별로 내키지 않는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두렵고, 어렵고, 남들이 다 말려도 제가 하고 싶으면 실행에 옮겼습니다. 반대로 하기 싫으면 안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비난과 고통도 제가 감내해야 할 당연한 과정이라 받아들였습니다. 선택할 자유와 선택으로 인한 고통은 짝꿍입니다. 물론 선택의 자유와 기쁨 또한 짝꿍입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다 내 것이라는 게마음에 듭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지속해서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재밌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제가 실패했을 때와 똑같이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괴로운 게 낫지 않나요?
최근에는 어떻게 하면 실패를 해도 덜 괴롭고, 성공해도 덜 흥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편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은의사결정의 머뭇거림으로 인한 괴로움을 덜어 주었습니다. 기회비용이 냉철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명확한 기준이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회비용은 내가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특정한 한 가지를 선택하기 위해서 잃어버리는 다른 어떤 것을 항상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밖에서 일을 하는 시간은 가정에서 엄마가 직접 자녀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챙겨줄 수 있는 시간과 대체된 것이었습니다. 새벽에 출근할 때, 자다 말고 쫓아 나와 방문에 머리를 부딪히며 우는 아기를 뒤로하고 울면서 출근했던 경험은 엄마로서의 죄책감을 제 평생에 지웠습니다. 이것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을 만큼 비싼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바깥일을 할 때는,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을 내가 돌볼 수 없는 아이의 정서 가격만큼값지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망도 컸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와의 저녁 식사 시간을 희생하여 만난 클라이언트가 고작 예쁘고 어린 여자 사장과 농담 따먹기나 하고 싶어 할 때는 여자로 태어난 게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제 경우엔 회식 자리가 자녀 양육이라는 기회비용보다 더 값어치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예로는 학업이 있습니다. 저의 학위 과정은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대체된 것입니다. 공부하면서도 항상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을 나중으로 미뤄도 성공할 수 있을까? 학교 다니는 게 재밌기는 한데, 이 나이에 공부한다고 이렇게 놀고먹어도 되는 걸까? 저에게 학업은 놀고먹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학교에서 돈 버는 법을 가르쳐줄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그것도 아니고, 나 혼자 도태되면 어떡하지??? 이런 망상을 하면서 연구에 몰입하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사람에게 주어진 환경은 다 다릅니다. 저마다 적절한 타이밍도 다 다릅니다. 사람들은 당장 실행할 수있지도 않으면서, 상상 속에서 막연히 하고 싶어 하는 일과 현실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갈등하느라 정작 지금 누려야 하는 수많은 혜택을 놓치면서 삽니다. 이것은 어리석습니다.
내가 어떤 한 가지를 선택함으로써 놓치게 되는 다른 무엇에 대한 두려움 또는 걱정이 크다는 것은 내 선택한 것의 가격이 그만큼 비싸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선택한 이게 얼마짜린데!!!'
돈 생각하면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반대로 지금 하는 일이 상상 속의 그 일 보다 싸게 느껴진다면, 당장 상상 속의 그 일을 현실로 가져다 놔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나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결론은 언제나 ‘좋았다’, ‘재밌었다’입니다. 다음엔 더 세게, 더 멋있게 해 봐야지 하는 기대가 차오르기도 합니다.잘 됐든 못 됐든 어찌 됐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따라왔기 때문에 그런 듯합니다.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서 저는 여전히 두렵습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내가 찾아서 선택한 내 길이고, 내 길에 펼쳐질 모든 것들이 다 내 몫이라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그 어떤 길은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몫이겠죠. 그건 그 사람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