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경영인으로서 경영자는 회사의 운영을 위탁받아 전문적으로 경영하는 모든 주체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이다. 최고경영진(Top Management Team)에는 기업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와 함께 최고인사담당 임원(Cheif Human Resources Officer), 최고재무담당 임원(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생산운영담당 임원(Chief Operating Officer), 최고마케팅담당 임원(Chief Marketing Officer) 등 기능 부서의 최고 책임자가 포함된다.
또한 최근에는 해당 기업에 특화된 사업 부서를 총괄하는 최고문화담당 임원(Chief Culture Officer), 최고크리에이티브담당 임원(Chief Creative Officer) 등을 두기도 한다. 경영자들은 조직의 성패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이 조직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경영인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에서 경영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특히 중요한 이슈이다. 경영자 보상제도는 기본급, 보너스, 그리고 인센티브를 통해 조직의 관리자와 소유자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도록 만드는 전략적 도구라 할 수 있다. 적절하게 설계된 경영자 보상제도는 경영자들의 책임감 있는 경영활동의 기반이 되고, 조직에 몸담은 종업원들의 업무수행 동기를 향상하는 역할을 한다.
기본급은 계약에 따라 미리 결정된 금액이므로 성과에 의한 보너스나 인센티브에 비해 복잡할 것이 없다. 경영자 보상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주식 시장에서의 주가 변동과 기업의 경영 성과 수준에 따른 변동급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상 격차가 크지 않았던 한국 기업에서도 변동급에 의해 10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거나 직원 평균 연봉의 150배를 초과하는 스타 CEO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경영자 보수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고, 기업 성과 창출의 선봉에는 경영자가 있으니, 경영자가 변동급에 따라 최대의 몫을 가져가는 것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영자 개인의 이익 추구와 관련하여, 스톡옵션(Stock Options) 행사와 같은 인센티브를 통한 기회주의적 행동이 주목받고 있다.
2021년 말, 상장 후 한 달 만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를 포함한 최고경영진 8명이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한 사건으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코스피 200지수에 편입된 당일 이를 단체로 실행에 옮긴 것은 사전 계획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주요 임원의 주식 대량매각은 주식 시장에 카카오페이의 사업 전망이 어두울 것이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카카오페이 직원들에게 지급된 스톡옵션은 1년간의 보호예수 기간이 적용되어 있었다. 따라서 직원들은 경영진의 주식 대량매각으로 인한 주가 폭락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측면에서 해당 경영진의 이익 추구 행동은 더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고급 인력이 중요한 정보통신 분야에서 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도입한 우리 사주 스톡옵션 제도의 의미가 크게 퇴색되었다.
이렇듯 카카오페이 경영진에 발행된 무자격 스톡옵션(Non-Qualified Stock Options)은 경영자의 장기 성과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기회주의 행동을 유발함으로써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유연한 보상 방식은 초기 설립 단계의 조직에는 흔한 형태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장기적 성과와 연동하여 경영자 보수를 결정하는 이사회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 계속 기업(going concern)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데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이사회는 ‘2018년 CEO 성과 보상(2018 CEO Performance Award)’ 계획에서 일론 머스크에게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매 500억 달러 증가하고 6개월 이상을 유지할 때마다 한 번씩 총 12단계에 걸쳐 스톡옵션을 주기로 정했다. 성과 보상의 기간은 총 10년으로 단계마다 845만 주를 배정받게 되며, 시총이 6,50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되는 경우에는 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다.
머스크는 2021년 11월 8일부터 11월 10일까지 40억 달러에 달하는 360만 주의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다. 이후에 220만 주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다시 93만 4천 주를 매각해 추가로 11억 달러를 확보했다. 최고경영진의 주식 매각은 그들이 소속된 기업의 악재로 여겨진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자사 주식 매각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게다가 머스크의 주식 매각은 최고경영자가 자사 주식을 매각한 사례로서는 사상 최대치였다.
이익 추구 활동의 자유를 보호하는 관점에서, 머스크의 행동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머스크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매각은 엄격히 구별된다. 머스크의 스톡옵션은 단계별 시가총액 목표와 매출액, 그리고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목표까지 달성해야만 비로소 행사가 가능한 성과연동형 옵션이다. 장기간 그리고 단계별로 성과를 내야만 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경영 능력과 상관없이, 한 시점에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행운에 의해 주가가 상승하여 스톡옵션으로 막대한 차익을 얻는 걸 이사회가 미리 예방한 것이다.
스톡옵션은 경영 성과와 시장 성과에 따라 보상금액이 결정된다. 시장 성과는 주식시장에서의 주가 변동을 말한다. 주가는 전사적 또는 사업 부문별 자본수익률(ROE), 자산수익률(ROA), 경제적 가치(EVA)와 같은 재무 상태뿐 아니라 직접적 통제가 어려운 사회, 경제적 요인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회사의 실질적 운영성과가 낮아도, 예기치 않은 외부요인이나 조작 및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주가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 경영자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인적 구조조정을 감행하거나 분식회계, 정치적 행동 같은 수단을 통해 일시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고 스톡옵션을 실행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단기적 주식성과 연계형 스톡옵션의 문제 때문에 장기적 관점의 경영자 보상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예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estricted Stock Unit)을 들 수 있다. RSU는 특정 기간에 기업이 내건 목표를 달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성과보상체계이다.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과 달리 RSU는 회사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무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주식 공여(Stock Grant) 제도라고도 불린다.
현금성 보상 효과를 낼 수 있는 RSU는 장기 성과 동기부여뿐 아니라 인재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도 뛰어나다. 애플은 메타가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애플의 경력직 엔지니어를 가로채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주식 공여 제도를 도입했다. 고성과자들에게 최대 18만 달러의 RSU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한화, CJ ENM, 쿠팡, 토스 등이 RSU를 활용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 보상의 문제는 종업원 또는 그들을 직접 관리하는 관리자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논란은 전문경영인 제도가 활성화된 기업환경에서 경영자에 대한 효과적인 보상제도를 설계하여 운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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