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보상을 통해 직원들을 동기부여하고 성과를 인정한다. 성과급은 기업의 목표를 달성했을 때 지급되는 보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성과 대비 보상이 명확하게 연결되면서, 높은 성과를 보이는 직원들은 기업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일에 대한 동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성과급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보상과 집단을 대상으로 한 보상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개인 성과급은 개별 직원의 성과와 기여를 중심으로 보상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개인의 노력과 역량을 강조하며,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각자에게 부여한다. 그러나 개인 간 경쟁을 심화하여 조직 전체의 협업이 저해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집단 성과급은 팀 또는 부서 전체의 성과에 기반하여 보상을 결정하는 체계로, 팀 협업과 상호 의존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집단 성과급 시스템에서는 개별적인 기여도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어 평가 관리의 과정적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수십 년간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대기업들은 개인 성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주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성과급 체계를 구축해 왔다. 집단적 경영 체제를 추종하며 조직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문화를 형성해 왔다. 그러다 보니, 주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성과급 체계가 당연시되었다. 그리고 다수의 회사가 이러한 집단 성과급이 마치 선물이라도 되는 듯, '한턱쏠게'라는 식으로 직원들에게 나눠 줬다.
그러나 박종근 머서코리아 이사는 ‘고도 성장기에는 집단 성과급이 인재를 채용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인 제도였지만, 성장의 둔화와 함께 정보통신 산업 환경의 변화, 핵심 역량 중심으로 임금 경쟁이 과열되는 시장 상황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하였다.
또한 신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직의 전사적 성과가 탁월해서 연봉 내 집단 성과급 비율이 높더라도, MZ세대 직원들은 개인 공헌에 대한 차별적 고려 없이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성과급 비율을 적용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MZ세대 직원들은 성과급을 경영 성과의 공유이자, 자신이 들인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인식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2~30대 MZ세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매년 성과급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성과가 다른데 똑같이 줬다’, ‘경쟁사보다 적게 줬다’, ‘사업부별로 차별했다’, ‘성과급 책정 기준을 공개하라’ 등 다양한 불만 사유가 뒤따른다. 몇 년 전만 해도 성과급 액수를 비롯한 연봉 문제는 같은 부서 직원끼리도 공유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MZ세대 회사원들은 블라인드와 같은 사내외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통장의 급여 액수를 거침없이 공개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많게는 수천억 원까지 썼는데 성과급을 가지고 직원들에게 항의받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돈 주고 뺨 맞는 격이다. 이러한 성과급 보상 문제는 MZ세대의 잦은 퇴사와 이직 문제로 이어진다. 무임승차에 예민하고 개인주의 성향과 인정 욕구가 강한 MZ세대에게 특히, 집단 성과급이 동기 부여 기제로 작동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중시하는 MZ세대가 ‘더 공정한 보상’을 찾아 구인 시장을 떠돌고 있다. 이들은 조직 수준의 집단적 보상이 달갑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성과급 지급 체계는 MZ 세대 직장인의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켰길래 신의 직장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2022년 국내 대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이직 선호 기업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78.4%의 선택 비율을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이직 시 가장 고려하는 요소는 연봉, 인상률, 성과 보상 등 '급여'와 관련된 것(44.1%)이었다.
PS(Profit Sharing)는 초과이익분배금을 의미한다. 회사가 영업이익을 크게 내면 이익을 직원과 공유하는 것으로 집단성과급의 형태를 띤다. PI(Productivity Incentive)는 생산성 격려금으로 성과가 좋은 직원이나 부서에 지급되며 보통 개인성과급으로 인식된다.
삼성전자는 PS에 해당하는 ‘초과이익성과급(집단성과급)’을 연 1회, PI(개인 성과급)에 해당하는 ‘목표달성장려금’을 연 2회 지급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이 PI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고 연 1회 PS만 지급한다는 점과 대조적이며, PI 지급 횟수가 PS 지급 횟수보다 많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MZ세대 직장인은 투입물과 산출물이 적정한 수준에서 교환되는 프로세스를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또한 이러한 대가가 타인과 비교하여 타당한 것인지를 확인하여 공정성 정도를 가늠한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조직 전체 성과에 따른 집단적 보상보다는 개인의 성과와 보상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MZ 세대 직장인의 성과 보상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대다수 국내 기업은 조직의 규모를 키우고, 직원들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집단성과급의 형태로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MZ 세대 직장인은 집단이 아닌, 개개인이 이룬 몫만큼 회사로부터 인정받길 원한다. 성과급 지급 체계에 MZ 세대가 중시하는 가치와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MZ의 퇴사 및 이직 바람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는 개인 성과에 따라 보상이 증감하는 보상시스템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 성과급에 따른 동기부여 효과의 이점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이를 감안하여 집단 성과급의 비율을 줄이고 개인 성과급 비율을 늘려가야 한다.
백시현. (2023).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권석균, 이병철, 양재완. (2023).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인적자원관리. 시대가치.
정유정, 박윤구, 원호섭. (2022.02.09) "이러니 일 잘하는 직원 다 떠나지"…성과급에 뿔난 사연은.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