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 경영자의 역할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해외 파견 경영자는 직접적 통제 대리인(Agent of Direct Control)의 역할을 한다. 본사는 파견 경영자를 통해 해외 자회사를 직접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자회사 경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직접적 통제는 HR 활용에 있어 모국중심주의를 강화하지만, 전략적 목표가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게 한다.
둘째, 해외 파견 경영자는 사회화 대리인(Agent of Socialization)으로서 본사의 철학과 가치관을 직간접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
셋째, 파견 경영자는 파견 기간 동안 현지 경영자들과 비공식적 통제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적 연결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다. 구축된 네트워크는 파견 경영자의 현지 근무 기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본사로 귀환한 후에도 그 가치가 지속해서 증대될 수 있다.
넷째, 해외 자회사 파견 경영자는 현지 구성원과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여 공통적인 업무수행 방식을 촉진함으로써 자회사와 본사 간의 기업문화 공유를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자산의 증대에 기여한다.
글로벌 기업의 발전 과정 초기에는 해외 자회사로 파견되는 경영자가 대부분 모국인(Parent Country National)이다. 기업이 점점 발전하여 글로벌 기업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 인적자원의 글로벌전략(Geocentric Approach)이 실행되는데, 이때는 제삼국인(Third Country National)이 파견되기도 한다. 해외 자회사로의 경영자 파견 여부와 경영자의 업무 특성 및 역할은 글로벌 경영의 발전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1단계 국내 단계에서는 해외 파견이 필요 없기에 파견 경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2단계 국제단계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기 위해 모국의 경영자들을 해외로 파견하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경영자는 낮은 직급의 현지인들에게 과업을 지시하거나 통제하고, 본사의 기술을 이전하는 역할을 한다.
3단계 다국적 단계에서는 현지인(Host Country)을 중심으로 해외 자회사가 운영되므로, 최소한의 통제를 위해 모국인 경영자 파견이 줄어든다. 그러나 언어와 관습의 차이로 인한 본사와의 조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모국인 경영자 파견 여부가 여전히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 글로벌 단계에서는 통제보다 선제적인 조정과 본사와의 통합이 경영자의 주된 임무가 된다. 이 단계에서는 국적과 관계없이 최적의 인적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모국인, 현지인, 제삼국인 경영자가 파견될 수 있다.
이렇듯 해외 파견 경영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파견 경영자가 해당 국가의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온전히 숙지하지 못한 채 자회사를 운용하는 경우에는 회사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기도 한다. 따라서 본사에서 경영자를 파견하기 전에 해당 국가의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충분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실무에서 이러한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 GM의 경우 지속해서 본사의 경영자를 파견하고 있다. 한국 GM에 해외 출신 경영자로 파견되었던 카허 카젬 전 사장은 2017년 9월 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한국GM의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 22곳의 노동자 1,571명을 한국에서 파견 금지 업무로 규정되어 있는 자동차 차체 제작 및 도장, 조립 등과 같은 직접적 생산공정에 투입했다는 혐의를 받아 기소되었다.
카허 카젬 전 한국 GM 사장은 올해 2023년 1월 9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한국 GM 측에서는 이를 파견이 아닌 도급 계약이라고 주장하며 파견된 노동자에게 금지되어 있는 업무를 수행시킨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해당 사실에 있어 죄의 유무도 중요하겠지만, 회사 입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해당 사건으로 인한 해외 파견 경영자들의 한국 부임 회피 문제였다. 카젬 전 사장은 일반적인 임기인 2~3년을 훨씬 넘어서 5년의 임기를 채웠다. 이는 불법 파견 문제로 인한 재판 이슈로 상당수의 GM 해외 파견 경영자들이 한국 부임을 꺼렸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자들을 주기적으로 파견해야 하는 회사는 특정 해외 자회사 파견을 꺼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첫째, 기업은 자회사 진출 국가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해외 파견 경영자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먼저 진출국의 사회적, 정치적, 법적 리스크를 고려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통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카젬 전 GM 사장과 같이 법적 문제에 휘말렸을 때는 경영자 구제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 GM 자회사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한 이유는 한국의 법 제도에 대해 회사 차원의 사전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해당 불법파견 문제의 경우 일본과 독일에선 규제가 엄격하지 않아 비슷한 사례에서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사용자 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에 카젬 전 사장이 처벌받게 되었다. 이는 한국에 경영자를 파견할 때, 한국의 노동 법규에 대해 정확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회사의 잘못이 크다.
둘째, 해외 파견 경영자의 귀환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 GM의 카젬은 한국의 사장을 역임한 후 바로 상하이 지사로 파견되었다. 이렇듯 파견 경영자에게 단순 커리어만을 강조하면서 연이어 해외에 파견하는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경영자 동기부여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금전적 보상을 제외하고도 해외 파견 이후에는 본사로 다시 귀환하여 휴식의 시간을 가지게 하거나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귀환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파견 경영자 훈련 과정에서부터 귀환 과정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파견 경영자들에게 정확히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 확대는 파견 기간 중에 기존 네트워크의 변화 과정을 스스로 파악하고, 전화나 이메일 또는 출장 기간을 통하여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확대하려는 자발적 노력을 유도할 수 있다. 조직 차원에서도 정기적인 출장이나 다른 기회를 통하여 파견 경영자들이 사내 네트워크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넷째,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적자원 개발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합한 인적자원 개발 단계(필요성 분석 – 교육설계 – 개발 – 시행 - 평가)를 적용한다. 아래의 과제들을 미리 검토하면서, 회사의 전략에 부합하는 역량을 점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해외 자회사 경영자 파견 효과를 더욱 증진할 수 있다.
< 글로벌 인적자원 개발의 특성 >
현지 자회사나 합작회사의 경우 교육 훈련을 누가 담당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훈련은 어떻게 시행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언어 차이로 인한 통역과 번역은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는가?
글로벌 기업의 인적자원 개발은 본사 통제와 현지의 자율 운영 중 어느 것이 효과적일까?
글로벌 수준의 e-learning은 효과적일까?
현지 문화와 제도를 존중하는 관점에서 해외 자회사들이 각자 교육 훈련을 개발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 경우 각자 필요한 역량이 충분할까?
본사에서 인적자원 개발을 중점적으로 시행한다면, 교육의 내용과 과정 측면에서 현지화는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이 적절할까?
황유진. (2023).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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