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가치와 유능한 경영자 모두를 위한 인센티브
경영자 보상은 기업의 핵심 결정권자들에 대한 인사영역이다. 따라서 일반 종업원들의 보상 체계와 차별화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 때 ‘경영자’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부터 최고 경영팀(Top Management Team)의 임원까지, 한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 모두를 포괄한다.
오늘날 경영자 보상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있다. CEO가 운영성과와 상관없이 지나치게 많은 보상을 받거나, 스톡옵션을 단기간에 매각하여 기업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의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필요해지고 있다. 경영자 보상은 기본급, 보너스, 인센티브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인센티브는 가장 복잡하고 첨예한 이슈를 불러일으킨다.
최근에는 밀리의 서재가 경영자 보상과 관련하여 주목받았다. 기업이 규모를 키워가면서 임직원 관리를 더욱 신중히 처리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면, 경영자의 인센티브 설정이 기업의 미래가치에 영향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밀리의 서재는 기존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서 B2B 사업 강화를 추진하며 2023년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2022년 334억에서 2023년 406억으로 21%가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29억에서 75억으로 154%가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동시에 총발행 주식 수의 3.5% 규모인 28만 900주를 신주로 발행하여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으로 제공하였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은 약 1,400%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밀리의 서재 주가는 상장 당시, 공모가 대비 2배를 달성하며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임직원 스톡옵션 행사 가능 물량의 90%가 넘게 행사됨에 따라, 상장한지 불과 10 거래일 만에 주가 가치가 반토막이 났다. 3분기 영업 실적이 역대 최고인 것에 비해 주가는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즉, 단기간에 실행된 스톡옵션 행사로 인해 주주의 가치가 훼손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밀리의 서재 2023.11.14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임원은 총 8명이다. 임기는 2024, 2025년까지이다. 이 중 2명의 이사가 2025년부터 2030년 사이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을 예정이다. 의무 보유기간은 없으며, 인당 10,000주가 부여될 예정이다. 그리고 직원에게 2022년 이전에 부여된 주식의 경우 이미 절반 이상이 행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밀리의 서재 종업원의 사업 부문별 평균 근속연수는 최저 1.7년, 최고 2.8년으로 매우 짧게 나타난다. 향후 스톡옵션의 행사로 인한 밀리의 서재 주가 가치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지난 2021년, 카카오페이는 일명 ‘먹튀 사건’이라고 불리는 스톡옵션 행사와 주식 매도 사건으로 투자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최고치에 이르자, 임원 7명이 스톡옵션 주식 21만여 주를 팔며 주가가 급락했다. 처음 상장할 때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투자가들은 공모 물량의 60%가량을 상장 뒤 일정 기간 팔지 않기로 약속했다. 임원들의 스톡옵션 주식 대량 매도는 이러한 약속을 배반한 것이다.
카카오페이의 먹튀 사건은 상장사 임원의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임직원들의 단기 대량 매각이 기업의 주가와 사회적 신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선례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장사에서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창민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은 카카오페이 같은 사례가 매우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임원진이 단기 차익실현에만 매몰돼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며, 주식 장기보유를 통한 중장기 기업가치 개선이라는 스톡옵션 취지와 맞지 않는다. 경영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스톡옵션 매각이라는 결정을 내릴지 모르나, 이는 조직의 미래에는 독이 되는 행동이다. 주가 가치를 보존하고 주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주식 먹튀와 같은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를 통한 단기적 차익 실현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실질적 성과에 대한 지표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방지해야 한다. 또한 유능한 경영자가 오랜 기간 기업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경영진의 개인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능력 있는 경영자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보상 시스템도 중요하다. 경영자가 조직의 운영 성과와 주식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능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경영자 눈앞의 이익이 우선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성과급 시스템이 필요하다.
따라서 밀리의 서재의 ‘주주 신뢰 구축’와 ‘유능한 임원 확보’를 위한 두 가지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현행 스톡옵션 폐지 후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제도(Restricted Stocks)를 도입하는 것이다. 스톡옵션보다 양도 시점을 먼 미래로 제한할 수 있어 장기적인 조직 미래를 목표로 둘 수 있다. RS는 양도 시점을 제한하는 RSA(Restricted Stock Award)와 지급 약정만 하고 일정 기간 후에 주식을 지급하는 RSU(Restricted Stock Unit)로 구분된다.
성과에 대한 보상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이면서 동시에 양도 시점에 대한 설정이 가능하여 경영자가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단기간의 대량 주식 매각 문제를 방지하여 주주와의 신뢰 관계를 지킬 수 있다. 또한 지급 대상과 조건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쉽게 도입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RS를 도입할 수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같은 유니콘 기업도 RS를 도입하여 시행 중이기 때문에 밀리의 서재에서도 가능하다.
두 번째는 경영자 개인의 역할에 따른 성과 목표 설정과 목표 달성에 따른 장기적인 분할 보상 시스템 도입이다. 인센티브를 한 번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분할해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CFO의 경우, 재무적 안정성과 건전성, 경영성과 등을 지표로 활용하여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설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상여금과 RS를 제공하되, 여러 해에 걸쳐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영자가 2년 이상 되는 임기 말까지 달성해야 하는 최종 목표를 설정한 다음 목표 달성에 대한 보상을 분할 지급하면, 근무 기간 동안 기업의 미래가치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분할 보상 방식은 장기근속에도 도움 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러한 분할 보상이 일반적이다.
밀리의 서재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제도와 장기적인 분할 보상 시스템을 통해 주주 신뢰와 유능한 경영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안서이. (2023).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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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2023.10.11). 밀리의서재 직원 1인당 '1.7억 대박'…스톡옵션으로 1400% 수익. 머니투데이.
나윤흠. (2023.11.14). 밀리의 서재, 3분기 누적 매출 406억...역대 최대실적. 이로운넷.
박준우. (2023.11.17). 스톡옵션 충격에 오버행 우려까지...'쭉쭉'밀려나는 밀리의서재. 시사오늘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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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2023.08.22). 한화 장남 김동관이 스톡옵션 대신 받은 RS...요즘 대세라는데. 조선일보.
신하연. (2023.11.13).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 시장선 비일비재하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