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용한 사직’이라는 신조어가 MZ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퍼졌다. 조용한 사직은 최소한의 주어진 일만 하면서 소극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용한 사직을 실천 중인 직원들은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는 대신 승진이나 더 많은 급여 보상 또한 바라지 않는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조용한 사직을 2023년의 주요 키워드로 선정하며 ‘MZ 세대의 근무 태도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이들이 조직 내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도록 기업들이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MZ 세대 종업원이 조용한 사직에 빠지게 되는 이유를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저성장 시대, 불확실성의 증가, 종업원과 맞지 않는 조직문화, 사내 정치 등 기업마다 내외부 환경적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부 환경은 기업이 쉽게 바꿀 수 없기도 하다.
종업원들이 조용히 사직하는 분위기는 결국 조직의 생산성 저하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미국 노동통계국은 해당 연도 2분기 노동 생산성이 재작년 동기보다 0.6% 떨어지고, 1분기보다 7.4% 떨어져 48년 만에 최저의 비농업 부문 노동 생산성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생산성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조용한 사직을 꼽았다. 기업들은 조용한 사직 현상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기업은 종업원의 몰입과 동기를 자극하는 고성과 작업시스템을 갖추어 조용한 사직에 대처할 수 있다. 고성과 작업시스템은 종업원의 성장과 발전, 존중, 그리고 관리자와 종업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 목표를 성취하도록 하는 여러 인사 관련 제도의 합이다. 종업원이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고성과 작업시스템은 종업원의 ‘몰입과 참여’를 끌어내는 데 목표를 둔다. 고성과 작업시스템은 인사 관련 제도 간의 내적 일관성이 확립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으며, 일관성이 부족하면 제도 간의 충돌로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그리고 종업원이 인사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조용한 사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MZ 세대 종업원이 조직에 몰입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인사 제도를 정렬해야 한다.
첫째, 인사 관리에 종업원의 공식적 참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종업원들이 인사제도에 대한 불만과 요청 사항을 경영진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작년에는 대한항공에서 한 직원이 소속 부서가 받는 인사상 부당한 대우를 지적하며 공정한 대우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특정 부서 인사 차별, 특정 대학 출신 우대, 등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조직문화를 지적한 것이다. 대한항공 사례처럼 인사 평가의 공정성과 보상의 정당성은 조직 내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개적인 발언을 할 정도로 MZ 세대에게는 매우 심각하고 민감한 문제이다.
종업원의 공정성 인식과 결과에 대한 수용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인사 평가 시스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책임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권장된다. 따라서 기업은 인사 평가 및 보상 시스템을 설계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종업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대한항공에서 한 직원이 경영진에게 직접 이메일 상소문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기 생각과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갖춘 마땅한 시스템이 조직 내에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지가 있는 종업원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식적 제도를 갖춘다면, 해당 종업원은 불합리한 조직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는 자긍심과 함께 일에 대한 자율성과 통제성을 얻게 된다. 이렇게 동기 부여된 종업원들이 많아질수록 기업은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
둘째, 개인의 성과 목표와 조직의 성과 목표를 연계하고 일치시켜야 한다. ‘조직의 목표와 일치된 개인의 목표는 조직의 성과를 향상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 성과 관리는 종업원 동기부여의 기반이다. 기업은 종업원이 몰입할 수 있도록 그들의 성장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은 종업원이 직접 자기 성과를 체크하고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피드백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구글은 효과적인 개인 성과 관리로 정평이 난 기업이다. 구글은 개인 성과와 연계된 목표 설정의 원칙으로 SMART+I를 내세운다. SMART+I란 도전적 목표 설정, 측정 가능한 목표, 상위 목표와의 연계, 결과 지향적 목표, 주어진 상황 내 달성,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단위를 의미한다. SMART+I를 바탕으로 목표와 기대치를 설정, 상시 성과관리, 반기 단위 평가, 등급 보정의 4단계의 개인 성과 관리 시스템을 설계했다.
구글이 개인 성과 관리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직원 개개인의 업적과 역량을 피드백하고 개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인사고과 반영이 주목적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즉, 개인의 성과 평가를 통해 종업원은 자기 성장과 발전을 인식할 수 있으므로 일에 몰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구글의 검색 엔진 서비스가 위협을 받고, 미국 금리 인상 등 경영 환경 악화의 영향으로 실적에 따라 종업원 간 등급을 나누는 평가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 하지만 SMART+I라는 목표 설정의 원칙을 고수하고 기업 전략과 종업원의 목표를 연계하는 이상 종업원의 몰입과 동기부여에 큰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구글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따라 인사 시스템을 수정해 가듯이, 다른 기업들도 인사 시스템의 번들링 효과를 고려한 고성과 관리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기아는 구글의 개인 성과 관리 제도를 그대로 자사에 이식했다. 그러나 구글을 따라 한 기아의 성과 관리 시스템은 몇 년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는 성과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아의 리더들 대부분이 상시 성과 관리 평가를 실천하지 않았다. 또한 IT 시스템을 활용해 성과 내용을 기재하는 프로세스도 문제였다. 종업원 개개인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주기 위해 IT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IT 시스템에 내용을 입력하기 위해 성과 피드백 내용을 만들어 내는 본말전도 현상이 일어났다.
이러한 문제를 겪은 후 기아는 먼저 평가자인 리더들을 위해 ‘리더십 & 코칭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성과 관리 우수 리더에게는 인정을, 저조자에게는 집중 관리를 진행했다. IT시스템에 기재된 피드백 내용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피드백을 리더십 평가 항목으로 채택함으로써 ‘종업원의 성장에 기여하는 성과 관리’라는 본질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은 인사제도를 도입할 때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지만 내ㆍ외적 적합성을 고려하며 꾸준히 개선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