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누리 Oct 14. 2024

변화하는 채용 시스템

수시채용과 공개채용의 통합 모델

한국 기업의 전통적 접근

과거 한국 기업들은 직무보다는 사람을 먼저 고려하는 인적자원관리 방식을 채택해 왔다. 이 방식은 인재를 채용한 후, 그들에게 맞는 업무를 찾아 배정하는 접근법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람 중심의 접근법은 기업의 역동성을 높여주었으며, 급격한 조직 확장과 새로운 사업 기회가 발생할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는 특히 한국의 압축 성장 시대에 유용한 방식이었는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인재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추고 있으면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재 우선주의는 한국 기업이 단순히 특정 직무에 맞는 인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그 인재가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나 역할을 찾아내는 과정을 포함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기존에 정의되지 않은 과업이나 예기치 않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신속하게 창출해 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예상치 못한 시장 진입 기회를 발견하거나 기술 혁신이 필요할 때, 기존의 직무 구조에 구애받지 않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운영이 가능했다. 이처럼 인재를 중심에 두는 접근 방식은 기업의 변신과 확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직무기반 인적자원관리로의 전환

그러나 IMF 이후 한국 기업들은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맞추어 직무 기반의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점차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직무를 명확히 정의하고, 해당 직무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성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하여 관리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많은 한국 기업이 직무와 성과를 중심으로 한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채택하여, 기존의 사람 중심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직은 직무 성과를 명확히 평가할 수 있으며, 인재를 선발하고 배치할 때도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직무 기반의 인사 시스템은 특정 직무의 요구사항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고, 각 인재의 성과를 직무와 연결하여 평가함으로써 조직 전반의 성과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한국 기업들이 더욱 효율적인 인적자원 관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전통적 접근 방식을 혁신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시채용의 도입 배경

사람 중심의 인적자원관리가 중시되던 시절에는 기업들이 대규모 공개채용을 봄, 가을에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취업 준비생들로 붐비던 시기가 있었다. 과거 공개채용은 특정 시기에 대규모로 인재를 선발하며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특정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렵다. 더불어 지원자와 직무 간의 부적합성이 생겨난 경우, 입사 후 1년 내 퇴사율이 증가하는 문제도 있다. 삼성은 아직까지 공개채용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산업의 고령화 속에서 젊은 인재 유입을 유지하고, 직무별로 구체적인 채용이 아닌, 기업 전반에 필요한 기본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직무 적합성이나 조기 퇴사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개채용에서는 여전히 학벌, 외국어 점수, 자격증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을 요구하기 때문에 청년 구직자들이 필요 이상의 스펙을 쌓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구직자들은 실질적인 직무 역량보다는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하게 되어, 기업과 구직자 간의 미스매치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전환해, 각 직무에 맞춘 즉각적인 채용을 통해 신속히 인력을 충원하려 한다. 현대자동차, LG, SK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직무 적합성을 강조하는 수시채용

미국 기업들은 직무를 기반으로 인적자원 관리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한다. 즉, 먼저 직무의 구조와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일이 먼저 선행되고, 사람이 그에 맞춰지는 형태로 진행된다. 미국 기업에서는 특정 직무에서 필요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찾는 것을 우선으로 하며, 개인의 종합적인 우수성보다는 해당 직무의 요건을 얼마나 충족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다. 따라서 미국 기업은 인재를 특정한 우수한 인물로 보기보다는 직무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사람 자체의 능력보다는 그 사람이 맡은 직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가 평가의 초점이 된다. 결과적으로 특정 직무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를 우선시하며, 이로 인해 채용과 인사 관리가 합리적이고 구조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미국 기업의 인적자원관리는 보편적 우수성보다는 직무와의 적합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채용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특정 직무의 요구에 따라 수시로 이루어진다. 이는 직무의 변화나 새로운 과업이 생길 때마다 적합한 인재를 신속하게 배치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설계된 직무 기반의 인적자원관리는 미국 기업의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인사 운영의 기본적 특성이다.


수시채용의 장점과 한계

수시채용은 특정 직무에 맞는 인재를 필요한 시기에 즉각적으로 채용할 수 있어, 기업이 변화하는 인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직무 적합성이 높은 인재를 선발해 신속하게 적응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특정 프로젝트나 계절적 수요 증가 시 기업은 수시채용을 통해 빠르게 인력을 보충할 수 있으며, 채용 시기를 정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적합한 인재를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직무에 맞는 인재만 선발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교육이나 훈련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경력직에게 더 유리한 구조를 형성해, 신입사원보다는 경험자들이 빠르게 채용되면서 경력 없는 구직자의 취업 기회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이는 경력직의 잦은 이직을 유발해, 중소기업의 인력 확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채용 연계형 인턴십의 도입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의 양면성에 대한 대안으로서 채용 연계형 인턴십과 같은 채용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채용 연계형 인턴십은 기업과 지원자가 상호 적합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조기 퇴사 가능성을 줄이고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원자는 인턴십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으며, 기업 문화와 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기업은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하고, 정규직 전환 후 추가적인 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장기적인 인력 유지를 지원한다. 이 과정은 지원자에게도 직무와 조직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경력 목표와의 부합성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만족도를 향상한다.


채용 연계형 인턴십의 효과

채용 연계형 인턴십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LG전자, 카카오, 웹젠 등이 있다. LG전자는 2020년부터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상시채용으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신입사원 선발 비중의 70% 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통해 채용해 오고 있다. 보편화된 우수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일정 기간 직무 적합성을 판단한 후 채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LG 전자는 수시채용으로의 전환을 통해 지원자가 원하는 직무와 현업 부서 직무가 맞지 않는 일이나 1년 이내 퇴사하는 신입사원의 비율 감소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매년 다양한 직군에서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운영하며, 특히 개발, 비즈니스,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인재를 선발한다. 인턴십 과정에서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 기회를 제공하며, 지원자들이 코딩테스트와 서류 전형을 통해 직무 적합성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한다. 카카오는 최근 인턴십 참여자들이 실제 업무 환경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카카오만의 문화와 업무 수행 방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웹젠도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통해 본사와 자회사의 다양한 직무에서 인재를 모집한다. 이 회사는 6개월 동안 인턴십을 진행하며, 글로벌 사업 및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인턴십 종료 후 평가를 바탕으로 정규직 전환이 결정되며, 인턴들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급여와 복지 혜택을 제공하여 만족도를 높인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채용 연계형 인턴십이 기업에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검증하는 기회를, 비경력자에게는 실제 업무 경험과 정규직 전환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채용 방식임을 보여준다.


통합형 채용 전략의 필요성

산업 구조와 인력 시장의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업들은 수시채용과 공개채용의 장점을 조화롭게 통합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수시채용을 통해 직무에 최적화된 인재를 확보하면서도, 공개채용의 체계성과 조직 내 소속감 형성의 장점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기업들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문소윤. (2024).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권석균, 이병철, & 양재완. (2021).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인적자원관리. 도서출판 시대가치.


권상집, ‘사회적 비용 늘고 경쟁은 심화’ 소멸한 공채 제도의 빛과 그림자 [권상집의 논전(論戰)], 시사저널, 2024.09.30.


장혜승, 기업 98% 학벌·외국어·자격증 스펙 요구…청년들 허리 휜다, 더팩트, 2024.07.11.


서동철, 코로나19로 달라진 대기업 채용, 현대차·한화에 이어 LG 등 대규모 공채 폐지… 수시·인턴 채용 대비하고 온라인 면접 준비해야, 매일경제, 2020.07.02.


조광현, 사라진 신입사원… 대기업도 늙어간다, 아시아타임즈, 2024.08.25.

이전 12화 MZ세대의 동기부여를 위한 카페테리아 복리후생제도 방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