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서 드러난 트럼프식
자국우선주의의 실체

by 사회철학에서 묻다

미국은 트럼프 2기를 시작으로 점점 더 노골적인 자국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호무역으로 시작된 이 변화는 이제 경제 영역을 넘어, 군사력과 제재를 결합한 직접적 통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군사 작전을 통해 체포해 자국 법정에 세웠고, 동시에 베네수엘라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을 공해상에서 나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모든 조치가 국제법에 근거한 합법적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일련의 사건들은 미국이 국제 규범을 존중하는 국가라기보다는, 국제 규범을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집행하는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첫째, 미국은 마약 밀수입 근절과 베네수엘라의 민주화라는 가치를 표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파트너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지지를 받는 반대파가 아니라, 기존 정권의 부통령이다. 물론 그 전제는 명확하다. 그녀가 미국의 요구에 응해 베네수엘라 원유를 미국에 공급할 것이라는 조건이다. 이는 이번 개입이 민주화보다는 석유에 대한 접근권 확보를 우선한 선택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둘째, 베네수엘라 유조선의 나포 역시 형식적으로는 국제법에 근거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러한 기준을 자신이 원할 때에만 적용한다는 점에서, 이기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만약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트럼프의 요구에 순응해 안정적으로 원유를 미국에 공급하고 있었다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셋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행동이 하나의 위험한 선례로 남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를 통해 군사력을 동원한 체포와 공해상 나포를 ‘국제법 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했다. 이 방식이 허용된다면, 향후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은 언제든지 비슷한 명분 아래 동일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보편적 규칙이 아니라, 힘을 가진 국가의 선택에 따라 작동한다는 데 있다. 국제질서가 규범이 아니라 힘의 해석에 의해 유지된다면, 이는 약소국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그 질서를 설계한 국가 자신에게도 불안정성을 되돌려줄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힘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중요한 점을 간과한다. 미국이 강력한 이유는 단순히 힘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적절한 당근과 적절한 채찍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더 선호되어 온 이유 역시, 최소한 민주주의와 주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외교의 기준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이들 국가와 다르지 않다면, 미국이 특별히 더 선호될 이유는 없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구호는 미국이 왜 위대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든다. 미국의 뿌리는 민주주의와 자유에 있다. 영국이라는 거대 제국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건국의 아버지들이 세운 가치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어왔다. 미국이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사용을 자제하고, 약소국들에게 보편적 가치를 내세울 때 비로소 미국의 위대함은 다시 빛날 수 있다.

미국이 진정으로 다시 위대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힘이 아니라, 그 힘을 언제 사용하지 않을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절제일지도 모른다.


https://www.economist.com/briefing/2026/01/08/donald-trump-asserts-control-over-venezuela-and-all-the-americas

https://www.economist.com/briefing/2026/01/07/america-chases-down-the-shadow-fleet-serving-venezu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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