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연준·AI: 달러 신뢰를
갉아먹는 3가지 힘

기축통화 달러는 건재해 보이지만, 안전자산이라는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기 때 달러로 피신하던 공식이 깨지며, 주식·채권·달러가 함께 흔들리는 장면이 잦아졌다. 실제로 달러는 2025년 초 이후 약 10% 하락했다. 트럼프의 관세와 연준 압박이 정책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며, 달러의 안전자산 전제를 흔들었다.


물론 “달러는 대체재가 없으니 결국 버틴다”는 반론이 있다. 실제로 금은 유동성과 결제 기능이 부족하고, 유로·위안화는 채권시장 규모와 제도적 신뢰 면에서 아직 달러를 대체하기 어렵다.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이 1999년 72%에서 현재 57%로 줄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기축통화 지위가 곧장 무너진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지위의 붕괴가 아니라 위험의 성격 변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을 보호가 아니라 수익을 위해 보유하게 되었고, 그 결과 외국인 보유 미국 자산에서 주식 비중이 58%까지 커졌다. 안전자산을 들고 있는 투자자는 위기에도 버티지만, 수익자산을 들고 있는 투자자는 성과가 꺾이면 먼저 리스크를 줄인다. 이때 ‘탈출’은 즉각 매도가 아니라 헤지로 시작된다.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은 들고 가되 달러 하락 위험을 막기 위해 미래 달러 매도 계약(환율 헤지)을 늘리면, 달러는 실제 매각이 없어도 약해진다.


이 과정은 시장의 자동장치와 결합해 악순환을 만든다. 달러가 약해지면 글로벌 지수에서 미국 자산 비중이 줄어 지수추종 자금의 매도가 발생하고, 그 매도가 다시 달러와 주가를 더 약하게 만든다. 게다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의심까지 커지면, 달러의 매력은 ‘안전’이 아니라 ‘성과’에 더 의존하게 된다.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당장 없더라도, 신뢰가 훼손되면 달러는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는 통화’가 될 뿐 ‘안전자산’으로 남을 이유는 없다.


참고기사: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6/02/05/the-age-of-a-treacherous-falling-dollar

https://www.economist.com/finance-and-economics/2026/02/05/why-the-dollar-may-have-much-further-to-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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