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은 우리를 지켰다.
이제는 우리를 위협한다.

by 사회철학에서 묻다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무엇일까?”
물론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과 코로나 바이러스를 직접 겪은 우리의 경험은 “AI” 또는 “바이러스”라는 대답을 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는 오답이다. 현시점에서 인류 문명을 가장 효율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는 수단은 “핵무기”일 것이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을 종결하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일으킨 검은 버섯구름은 인류에게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후 많은 나라들이 핵무장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또 성공했지만, 우리의 두려움은 핵무기를 철장 안에 갇힌 악마처럼 관리해 왔다. 하지만 최근, 북유럽뿐만 아니라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핵무기를 갖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오늘 우리는 핵무기가 세계를 안전하게 만든 이유부터, 지금 핵무장을 하려는 움직임의 원인,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상호확증파괴’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핵무기가 세계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힘은 쓰이도록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핵무기는 쓰여야 하지만, MAD는 핵무기를 가진 국가들 간의 전면전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전제는 서로가 2차 보복능력, 즉 “맞고도 다시 칠 수 있는 능력”을 확실히 갖추는 것이다.)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 전쟁은 몇몇 미치광이들이 벌이는 검투 전쟁 정도로 비칠 수 있지만, 사실 전쟁은 흔히 “얻을 것이 있다”는 계산에서 시작된다. 물론 전쟁으로 인한 피해보다 효용이 커야 한다. 예컨대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막대한 전쟁배상금과 경제 위기 속에서 잃을 것이 많지 않다고 느끼는 여론이 커졌고, 과학기술과 군사력의 증강은 대외적 돌파구처럼 보였다. 그리고 전쟁은 벌어졌다.

하지만 핵전쟁은 그 파괴력으로 인해 모든 국가가 멸망에 가까운 상태로 떨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방사성 낙진과 그 뒤에 따르는 다양한 부작용은 국가의 존속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이것이 핵전쟁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상호확증파괴는 핵무기 보유국들이 감히 전쟁을 시작하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선제공격을 하면 핵 반격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핵잠수함을 운용하거나, 핵전력을 분산 배치하거나, (동맹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생존성을 확보함으로써 반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해 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 국가들 간의 전면전이 없었던 이유가 핵무기 때문이라는 것은 매우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2) 핵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

그렇다면 모든 나라들이 핵무기를 가지는 게 세계평화에 유리한 것인가? 물론 대답은 “아니다”이다. 핵무기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과 제도”를 갖춘 소수 국가만 핵을 보유하는 편이, 최소한의 안정에는 유리하다는 논리가 있었다.

인간은 대체로 합리적인 존재이지만, 때로 합리성은 사라지고 감정이나 집착이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의 나라에 격분한 독재자들은 핵무기를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을 수도 있다. 더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를 가진다는 것은 이처럼 비합리적 통치자들까지 핵을 보유할 유인을 제공한다. 이에 국제사회는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과 “핵우산(확장억지)”을 통해 핵확산을 억제해 왔다.


(2-1)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NPT에 가입한 비핵국가는 핵무기를 획득·제조하려 해서는 안 되고, 핵 관련 기술을 군사적 목적에 맞게 전용해서도 안 된다. 핵보유국 또한 핵무기 및 관련 기술을 비핵국가에 이전해서는 안 된다. 이 규범을 위반하면 IAEA의 조사·검증 및 국제사회의 조치(외교·경제적 제재 등)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NPT 체제의 중요한 기둥 중 하나는, 핵보유국들이 궁극적으로 군축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약속(협상 의무)이다.
대한민국도 NPT 체제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핵무기 보유는 국제 규범·검증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2-2) 핵우산(Nuclear Umbrella)

핵 비보유국은 핵 공격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핵보유국이 제공하는 핵우산(확장억지)에 들어간다. 핵우산은 우리나라에 핵미사일이 발사되었을 때 그 미사일을 “격추해 준다”는 뜻이 아니다. 핵우산은 핵우산에 들어가 있는 나라에 핵공격이 가해졌을 때, 핵보복을 포함한 대응으로 공격자를 억제한다는 개념이다. 물론 이는 상호확증파괴와 유사한 억제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미국이 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식으로 던졌던 질문처럼, 핵보유국이 보복을 감수하면서 정말로 보복해 준다는 보장은 없다. (가령 러시아가 파리에 핵공격을 하고, 미국이 모스크바에 핵공격을 한다면 러시아는 곧바로 미국 뉴욕에 핵을 발사할 수 있다. 미국은 이 위험을 앞에 두고 주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논리적 취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우산은 오랫동안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고,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핵무기를 스스로 보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3) 새로운 국제 정세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예전에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미국이 국제경찰로서 이런 행위를 막았을 뿐만 아니라,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들은 전쟁의 참상을 알고 새로운 전쟁을 막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시작된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핵우산이 끝까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고, 새로운 세대는 전쟁의 두려움을 간과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우방국가들에게도 더 노골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움직임은, 적어도 당사국 입장에서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물론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국가 예산에서 복지나 발전을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의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국가는 물론 인간적 권리도 지켜야 하지만, 목숨이 없다면 다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스스로 국방을 지키려는 지금의 움직임을 누구도 쉽게 비난하기 어렵다.


(4) 하지만?

하지만 핵무기를 가지려는 움직임은 선의로 포장된 지옥으로 가는 길과 마찬가지다. 한 국가가 핵무기를 가지려고 하면, 다른 나라도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군비 경쟁은 모든 국가를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이 모두 합리적이라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또한 적대국이 핵무기를 가지려고 하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선제타격이나 국지전이 발생할 수 있다. 핵무장을 향한 길은 “안전”을 약속하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위기를 더 자주,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대안은 핵무기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들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억지 체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면, 유럽 국가들은 프랑스와 영국이 제공할 수 있는 유럽 차원의 핵억지(핵우산) 협력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곧 미국과의 결속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이 국제경찰의 지위를 축소하더라도, 동맹국들은 외교적·군사적 협력을 통해 확장억지의 신뢰를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핵무기는 양날의 검이다. 하지만 그것이 억지로 기능하고, 오판을 막는 장치들이 함께 작동한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대국 간 전면전을 억제해 온 국제질서의 중요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후퇴와 새로운 국제정세에 감정적으로 반응해 핵무장을 택하기보다, 동맹과 다자 협력을 통해 안정과 위기관리의 대안을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참고기사: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6/02/05/how-to-think-about-new-risks-of-nuclear-prolif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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