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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취향의 공기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

by 응당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 카페의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앞에 둔 채 오늘 동선을 정리하고, 일기를 쓰는 시간이다. 여행 중에는 사실 해야 할 것이 많아서 온전히 여행을 느끼는 것이 어렵기에, 한적한 공기의 카페에서 오롯이 어제의 여행을 곱씹어 본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정도 정리하면서.


드디어 바르셀로나의 일요일 첫 아침. 이 시간을 지키기 위해 일찍 길을 나섰다.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다. 어제저녁의 어지럽던 분위기와 사람들은 사라지고 매우 한적한 오전의 공기만을 느낄 수 있다. 아침 산책 겸 걸어서 유명한 카페에 도착했다. 역시 오전이라 한적하다! 너무 좋아!


이른시간에만 만날 수 있는 한적한 사탄커피


바 테이블 쪽에 자리를 잡고 꼬수운 라떼와 크로와상을 주문 후 기다리는데 우리나라 여행객 세명이 들어왔다. 그 셋도 나처럼 셀프 조식을 먹으며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득 나중에 친구들과 손 붙잡고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가족, 지인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 그들의 지금 이 순간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밖에.


일기를 쓰고 있는 와중, 카페에서 Lou Reed의 Lady Day가 흘러나왔다. 아!! 의도한 게 아닌데 자꾸 취향 저격하는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바르셀로나! 내 취향의 공기를 갖고 있는 것 같아. 하하'





응당 가우디, 카사바트요 - 사그라다 파밀리아 - 카사밀라


바르셀로나는 일요일에 상점이 대부분 문을 닫는다. 그래서 여행의 첫 일정인 일요일 오전에 가우디 투어를 예약해두었고, 투어를 위해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걸었다. 내가 여행을 시작했던 이유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멀리 보였다. 심장이 두근두근. 심지어 운이 좋게 투어는 혼자 듣게 되어 거의 과외 수준으로 듣게 되었고, 성당부터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까지 설명을 들으며 걸었다.


예전부터 스페인은 왠지 로마와 비슷할 것 같았다. 가보지도 않고 혼자 짐작하고 이러쿵저러쿵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내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건물의 창문부터 길거리의 휴지통까지 바르셀로나는 바르셀로나의 색이 분명한 곳이었다.



오후가 되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다는 고딕지구로 향했다. 성당 앞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했다. 마켓의 분위기도 좋았지만 바로 앞이 안보 일정도로 내리쬐는 겨울의 태양이 정말 좋았다. 아, 스페인 사람들이 이래서 행복하구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딕지구 이곳저곳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배도 부르고 햇살도 잔뜩 쐬다 보니 멀리서 날아온 직장인은 꾸벅꾸벅 잠이 온다. 잠깐 쉬는 정도로는 안 되겠다 싶다. 숙소로 돌아가 쉬기로! 여행 첫째 날, 바르셀로나 취향의 공기에 빠져드는 중.




(계속)



SATAN'S COFFEE BGM

Lou Reed - Lad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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