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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봉다리

그라나다를 눈에 담으며

by 응당




세비야에 있는 동안 그라나다를 다녀오기로 했다. 그라나다에 도착 후 본격적으로 여행하기 전에 커피 한 잔을 하기 위해 NAOT COFFEE라는 아주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리뷰에 tiny oasis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작고 협소해서 여럿이 가기보다는 혼자 스윽 들러 카페인 충전하는 곳!


그라나다의 작은 오아시스 NAOT COFFEE


골목을 걷고 언덕을 올라 알함브라 궁전에 도착했다. 알함브라를 찾은 관광객들과 함께 입장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인증샷을 남기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열심히 카메라에 그라나다를 담았다. 예전에는 여행지에서 사진에 집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사진을 찍어도 풍경 위주로만 찍었고, 여행사진에 '나'는 잘 등장하지 않았다. 랜드마크에 찍히는 사진이 좀 '촌스럽다'는 허세스러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몇 년 전, 몸이 불편하신 외할머니 병문안을 다녀왔다.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된 상황이었고 거동이 불편해져 거의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할머니 손이 닿는 곳에 검은색 봉다리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뭔지 살펴보니 가족들의 사진이 모아져 있었다. 아마도 그 사진들이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 같은 것이었을까. 다른 물질적인 어떤 것 보다도 살아온 추억, 기억의 조각들이 할머니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았다.


병문안을 다녀온 후 내가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 된다면 나는 어떤 봉다리로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 이후부터 여행지에 가면 랜드마크를 두고 브-이! 하며 평범한 사진을 열심히 남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녀오면 꼭 앨범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떠날 수 있는 '지금'이 언젠가는 절실하게 그리워지는 날이 올 테니까. 계속 추억의 봉다리를 성실하게 채워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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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자체도 멋진 곳이었고, 알함브라에서 바라보는 그라나다 도시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워 멍하게 계속 바라보았다. 일부러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 내려오며 골목골목의 상점들도 들러 기념품과 소소한 선물도 쟁였다. 브라운톤의 그라나다는 당일치기로 왔는데 1박은 해도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야경도 꽤 좋다는 이야기에 다음을 기약. 그라나다를 떠나기 전 츄로스로 당 충전을 했다.


그라나다, 아디오스.


20200113.jpg Cafetería Alhambra의 츄로스


(계속)





NAOT COFFEE BGM

BADBADNOTGOOD - Time Moves Slow feat. Sam Her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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