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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포르투

감질나게 스쳐 지나가거나 눌러앉거나.

by 응당





악명 높은 라이언에어를 타고 포르투로 날아왔다. 우려하던 캐리어는 잘 도착했지만 자물쇠가 뜯겨 있고 20센티 정도 열려있었다. '뭐 이 정도야..' 하며 숙소로 향했다. 캐리어를 끌고 언덕과 계단을 오르락 거리며 숙소에 겨우 도착했다.


짐을 풀고 잠시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걸어 다닐 수 있었는데, 신기할 정도록 한국인 여행객이 많았다. 포르투가 정말 (한국사람들에게) 핫하긴 핫하구나. 그리고 걸을수록 왜 핫한 곳인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강의 풍경이나 빈티지한 타일로 덮인 건물들의 아름다움이 압도적이었다.



이동을 워낙 싫어해서 포르투에 5일 동안 있었는데 2일 차부터 솔직히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검색해보아도 마땅히 확 끌리는 근교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리해서라도 리스본을 다녀올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작은 마을이기에 더 오래 여행을 해야 한다면 내가 컨텐츠를 만들어야 했다. 조앤 롤링처럼 글을 쓰는 등의 창작활동이 필요한 곳이었다.



솔직히 포르투, 감질나게 스쳐 지나가거나 눌러앉거나.


여행에서 돌아온 후 가장 사진이 많은 도시가 바로 포르투였다. 그만큼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도시이다. 2박 정도로 포르투를 감질나게 스쳐갔다면 훨씬 더 매력적인 도시였을지 모르겠다. 혼자 여행 중인 나에게 이 도시는 조금 심심했고, 스쳐 지나가거나 혹은 이곳에서 오래 머물며 창작활동을 한다면 추천할 수 있겠다.


그래도 포르투의 아기자기한 상점들, 언덕 위에 고양이들, 강 건너 와이너리까지 알찬 이야기들을 담아서 돌아왔다. 원래 여행은 미화되기 마련, 사진을 보며 나도 어느새 도우루 강을 그리워하고 있다. 언젠가 기계식 키보드를 들고 포르투로 떠나는 날이 오면 좋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