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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의 단상 Aug 12. 2024

아날로그는 선택지가 적다

단상 #4

#4

나는 턴테이블도 없으면서 LP를 두어 장 가지고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리미티드 LP의 리셀가가 워낙 비싸길래 정식 발매 할 때 몇 장 사두었다. ADOY와 92914의 LP는 내가 구매한 가격의 두 배 이상 올랐길래 나름 쏠쏠한 제태크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턴테이블이 생겨 미개봉이었던 LP를 뜯어 플레이해보았다.


평소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듣던 사운드와는 달랐다. 새 LP 임에도 먼지가 붙은 탓인지 치지직 소리를 동반하며 음악이 재생 되었다. 그리고 가장 신선했던 점은 한번 틀면 아티스트가 정한 순서대로 듣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해머톤을 들어 올려 원하는 부분을 플레이할 순 있지만,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이런 특성이 음악을 듣다가도 수시로 다른 노래를 틀어버리던 버릇을 고쳐주는 것 같았다. 아날로그가 나의 선택지를 줄여준 것이다.


또하나 아날로그를 느낄 수 있었던건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의 필름 카메라이다. 필름을 하나 끼우면 그 필름에 해당하는 감도로 스무네 장 혹은 서른여섯 장을 찍어야 다음 필름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렇듯 아날로그는 우리의 선택지를 줄여준다. 이런 점이 아날로그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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