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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Kim Aug 13. 2020

그렇게 나는 캐나다로 향했다

지방 출신의 평범했던 중학생의 유별난 캐나다 유학 이야기

어느 주말 아버지와 단둘이 밖에서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아들, 이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훨씬 넓다.
나는 네가 이 드넓은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더 크게 나아가길 바란다.


인천에서 토론토로 떠나는 대한항공 비행기.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현재까지의 내 인생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날이다. 2018년 5월 10일, 남들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중학교를 다니던, 별 볼일 없던 한 남아이는, 그의 아버지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향하며 그의 유학 생활의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나를 데려다 주신 아버지는 며칠 후 한국으로 돌아가신다. 이 날들을 비롯하여 향후 캐나다에서의 한 해는 내 삶 중에 갓난아기 때 다음으로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리기도, 많이 보기도 한 해가 되었다. 나는 우리 가족이 흘린 눈물들을 모두 고스란히 기억하고 저장해 두고 있다. 그리고 내가 겪은 헤어짐의 고통은 다시 현재의 나에게 상기되며 나의 밝은 미래를 펼쳐줄 거름이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되었다.


캐나다의 교육 시스템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 과정을 거친다. 캐나다의 교육 과정은 주(Province)마다 다르긴 하지만, 내가 위치해 있던 온타리오(Ontario) 주에는 중학교 과정이 없다. 초등학교 8년 과정이 있고, 고등학교는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총 4년을 다니게 된다. 그리고 한국은 3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는 반면, 캐나다는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2018년 9월에 9학년 신분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2018년 5월에 캐나다 땅을 처음으로 밟는다. 이는 개학까지 약 4개월이라는 시간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나의 부족한 영어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개학 전까지 어학원을 다니며 영어 공부를 하게 된다. 이곳은 놀라웠다. 나는 이곳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반면 이 어학원의 주 연령층은 20대~30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랬던 탓에 나는 어학원 학생들 중 최연소였다.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심지어 친해질 또래 조차 없어 힘들었지만, 그곳의 친절한 한인 학생분들이 나를 잘 챙겨주시는 덕분에 나는 외로움 없이 그 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 나는 당시 나를 도와준 분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기억하고 있다. 나는 이분들이 나에게 주신 은혜를 아직까지 갚지 못해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기회가 된다면,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그 날에, 이분들을 모두 모아 직접 식사 대접을 해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버스는 한 번 놓치면 기본 20분은 기다린다. 춥고, 눈 오고, 사람도 없으니, 갑자기 서럽기까지 하다.

혼돈의 시기, 9학년.

2018년 9월, 나는 4개월 동안의 어학원 생활을 마치고 주변에 학교가 있는 곳으로 홈스테이를 옮기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긴장, 설렘, 그리고 기대. 여러 감정이 섞인 상태로 나는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충격에 빠진다. 내가 기대했던 학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내가 등록했던 학교는 일명 '크레딧 스쿨(credit school)'이었는데, 다시 말해 국제 학생들이 졸업장을 위한 고등학교 학점을 빠르게 따기 위해서 설립된 사립 고등학교다. 이런 학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 학생을 위주로 학교가 운영되기 때문에 캐내디언 현지인은 학교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내가 다녔던 학교는 나를 제외한 모든 학생이 중국 국적의 학생들이었다. 이것이 내 혼돈의 주요 원인이었다. 학교에서 나와 친해질 수 있는 학생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중국에서 도착한 지 얼마 안 된 영어 초보자들이었고, 그들은 서로 중국어로 대화하기 바빴다. 심지어 기존에 알고 지냈던 어학원 학생들과 떨어진 지역에서 지내니, 나는 이제 외지에 홀로 남은 외톨이었다. 지금 와서야 남은 의문은, 이때의 내가 좀 더 노력해서, 내 활동 범위를 넓히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났다면 내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 또는 후회다. 하지만 당시에 그런 생각 조차 하지 못한 어린 나였기에 과거의 나를 다독여 주고 웃어넘기려고 한다.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시작하는 2019년 1월, 나는 한 학기 만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다. 이번에 가는 학교는 이전과 많이 달랐다. 사립이 아닌 공립, 교복도 있었고, 현지인 위주의 구성, 그리고 적절한 국제 학생의 비율.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한 가지 완벽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나였다. 나는 너무 어렸고,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과 단절되어 있었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색해졌다. 그래서 내가 했던 기대와는 달리 현지인들과 잘 친해지지도 못했고, 그나마 있었던 한국인 학생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였다. 나는 나의 경험 부족으로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외로움에 지친 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매일마다 장문의 일기를 쓰고 나 자신을 다독였다. 그렇게 이 시기는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준 중요한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2019년 7월, 그렇게 혼란스러운 2학기를 마치고 여름 방학을 한국에서 지낸다. 나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척, 그리고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캐나다의 환경이 좋으면서도, 한국에 있는 나의 주변 사람들 덕분인지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좋았다.


우박이 내리던 2019년 11월, Finch에서.

적응된 환경에서, 10학년.

2019년 9월, 다시 시작하는 학기에 맞추어 나는 다시 캐나다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홈스테이를 바꿨다. 머무르던 홈스테이의 음식이 부실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다행히 새로 옮긴 홈스테이의 사람들은 더 따뜻했고, 맛있는 음식도 제공해 주신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학교에는 9학년 동생들이 들어오고, 10학년에도 한국인 학생 한 명이 새로 전학 오게 된다. 정말 반가운 소식들로 가득 찼다. 나는 9학년 생활과 비교해서 10학년은 정말 즐겁게 보낸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홈스테이,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나의 즐겁고 평범한 하루들이 나를 채워나갔다.


그러던 도중, 코로나 사태가 캐나다를 포함한 전 세계에 퍼지면서 캐나다의 학교들은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오프라인 수업을 하지 않는다면 캐나다에 계속 머무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이 된 나는 예상보다 조금 일찍 한국에 돌아와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여 10학년 2학기를 무사히 마쳤다.


오랜만에 방문한 부산역.

11학년을 앞둔 지금.

학기가 끝난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다음 학기가 시작하는 9월에 나는 11학년이 된다. 대학 입시를 위한 중요한 시기인 만큼, 그동안 느슨하게 했던 공부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학기가 끝났어도 나는 공부를 손에 놓지 않는다. 독서와 글쓰기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작년에 비해 더 일찍 한국에 와서 오랜만에 긴 시간 동안 가족 곁을 지킬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약 열흘 후면 나는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저것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특히 친구들을 자주 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기억된다. 올해로 나를 포함해 17살이 된 내 친구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입학해 매우 바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니는 살인적인 일정 덕분에 친구들은 나를 만나려야 만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많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나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떠날 준비를 한다.


캐나다로 돌아가면 나는 한국에 왔을 때 했던 것처럼 또다시 14일 의무 격리를 취해야 한다. 이번 2주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독서와 독후감 작성을 병행하며 알찬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가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이것이다. 독후감을 쓰기 위해 적절한 공간을 찾다가 우연히 이곳을 들렀다. 하여 독후감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2년 반 동안의 내 유학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에세이를 작성하게 되었다. 


다들 흥미롭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다. 아직 글쓰기나 독서에 대한 경험이 적은 탓에 글을 작성하는 것이 조금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차곡차곡 쌓이게 될 독후감들, 그리고 글쓰기 없이는 Andrew Kim이 설명되지 않는 그 날을 기대하며,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완독을 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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