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호랑이를 이기는 곶감

아이를 움직이는 'PNP 지시법'

by DK

호랑이를 앞세우는 어른들


'곶감과 호랑이'는 잘 알려진 전래동화다. 호랑이가 잡아간다는 말에도 울음을 멈추지 않던 아이는, 곶감 하나에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친다. 호랑이는 생각한다. '곶감이라는 놈이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놈이길래.'

아이에게 더 강력하게 작용한 건 호랑이라는 위협이 아닌, 곶감이라는 보상이었다. 위협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따라올 부정적인 결과이고, 보상은 아이를 격려하는 회유책이다. 아이를 움직이는 힘은 이 둘의 균형에서 나온다. 하지만 부모는 급한 마음에 호랑이만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등에 큰 주머니를 멘 할아버지에게 잡혀가 영영 부모님을 못 보게 된다는 말이 무서워 말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그 말을 자주 하던 어른을 보면 망태 할아버지가 생각나 자꾸 그를 피하게 되었다.

요즘도 종종 이렇게 말하는 부모들이 보인다. "안 먹을 거면 굶어." "공부 안 하면 커서 고생해." "그만 울어, 사람들이 흉보잖아." 아이를 위협해서 말을 듣게 하려는 전략이다.



곶감의 부드러운 힘


상담실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키우며 깨달은 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은 위협보다는 '긍정적인 격려'에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가 사람을 능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학생은 성취의 기쁨을 상상할 때, 직장인은 보상과 승진을 생각할 때 능률이 오른다. 반면, 혼나지 않기 위해 공부하거나 해고당하기 싫어서 일하는 사람은 마지못해 움직인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여는 'PNP 지시법'


아이에게 효과적으로 지시하고 싶은 부모에게 'PNP'를 권한다. 이는 '긍정 정보(Positive)'와 '부정 정보(Negative)'를 균형 있게 배치해서 다음과 같이 지시하는 방법이다.


지시 → 긍정 정보(P) → 부정 정보(N) → 긍정 정보(P)


긍정 정보는 아이가 말을 들으면 얻을 구체적 이익이나 말을 들었을 때 겪었던 좋은 경험이다. 부정 정보라고 해서 막연한 협박이 아니다. 그보다는 말을 안 들으면 마주할 실제적인 불이익이나 말 안 들었을 때 겪었던 나쁜 경험이다. 긍정 정보를 좀 더 강조하면서 지시하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정리해야 할 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OO 덕분에 우리 집이 깨끗해지겠네(P).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 좋게 놀 수 있을 거야(P).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자는 시간이 늦어져서 내일 피곤할 수도 있어(N). 얼른 정리하고 기분 좋게 꿈나라로 가자(P)."


숙제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숙제를 마치면 마음이 홀가분해져(P). 할 일을 끝낸 뒤의 상쾌함을 OO도 느끼면 좋겠어(P). 숙제를 안 하고 놀면 찜찜해서 맘 편히 놀기도 어려워(N). 숙제부터 얼른 끝내고 재미있게 놀자(P)."


밥을 잘 먹으라고 지시할 때도 이렇게 말해 본다.

"밥을 잘 먹으면 몸이 튼튼해져서 줄넘기도 축구도 훨씬 잘할 수 있어(P). 지난겨울에 밥을 자꾸 안 챙겨 먹으니까 감기 걸렸던 적이 있었잖아(N). 엄마(아빠)는 OO가 밥을 잘 먹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면 좋겠어(P)."



PNP의 선물


PNP 지시법은 아이의 반발심을 줄이고, 부모와 아이 사이의 신뢰를 지켜 준다.

싫은 걸 피하려고만 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걸 얻으려고 하는 사람이 더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호랑이의 위협보다 곶감의 달콤함을 앞세우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얻고자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경험을 쌓게 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 그리고, 험난하고 거친 세상을 적극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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