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이의 기를 살리고 싶다면

'아이 실록'으로 키우는 자존감

by DK

생색내는 아이 후려치는 부모


멋대로 행동하는 남의 아이에게 주의를 주기 무섭다는 어른들의 말을 듣곤 한다. "왜 애 기를 죽이냐."며 날 선 반응을 보일 부모가 무서워서라고 한다. 그런데, 밖에서는 아이의 기를 살리려는 부모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 아이의 기를 죽이곤 한다.

다음은 흔한 상황이다. 기특하게도 아이가 하교하자마자 숙제를 끝냈다. 자랑스러운 얼굴로 엄마에게 달려와 말한다. "엄마, 나 숙제 다 했다!"

이때, 엄마가 말한다. "숙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학원 숙제는 안 했잖아 아직. 그리고, 너 또 게임하려고 대충 후딱 해치웠지? 넌 맨날 게임할 궁리만 하냐?"

아이는 자신이 한 일을 생색내고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이를 '당연한 일'로 치부하고 폄훼하며, 안 한 일만 끄집어내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김샌다. 아무리 해도 부모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사기가 떨어지고 기가 죽는다.



아이의 생색을 받아 줘야 한다


생색내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한 일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마음이 아직 어른만큼 영글지 않아서 더 그렇다.

물론, 부모는 독려하고자 아이를 채찍질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심코 뱉은 말이 아이의 의욕을 꺾을 수 있음도 기억해야 한다. 아이가 좀 생색을 내면, "와~ 집에 오자마자 숙제를 끝냈어? 잘했네."라고 하며 적당히 맞장구치며 인정해 주는 일이 먼저다.

추가적인 요구는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이제 학원 숙제도 다 하면 오늘 할 일은 거의 끝나는 거네?"라고 권유해 본다. 자신이 잘한 일을 인정받아 마음이 뿌듯해지면, 아이는 부모의 다음 제안도 훨씬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긍정적인 자기상을 심는 '아이 실록(實錄)'


과거, 한 설문 조사에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는 "잘했어"로 나타났다고 한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이 반영된 결과다.

부모는 아이에게 '나는 매일 의미 있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 이런 생각이 차곡차곡 쌓이면 건강한 자존감이 형성된다. 이를 위해, '아이 실록' 작성을 제안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왕의 행적을 기록했듯, '아이 실록'에는 아이가 잘한 행동을 그때그때 기록한다. 구글 캘린더나 탁상 달력, 다이어리 등 어디든 좋다. 거창한 학습 기록이 아니어도 좋다. 운동을 한 일, 친구와 논 일, 부모를 도운 일 등 아이에게 의미 있는 일이라면 다 기록으로 남긴다.

바쁜 일과로 실시간 기록이 어려웠다면, 자기 전 아이와 마주 앉아 아이에게 "오늘 우리 OO가 어떤 멋진 일들을 했더라?"라고 물어본다. 행여 아직 그날의 기록이 없어도 "오늘은 아직 빈칸이네? 자기 전에 하나 만들어 볼까?"라고 하며 가볍게 격려해 본다.

아이에게 이 활동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함께 기록하면 좋다. 아이가 유치원생, 초등 저학년생이라면 부모가 대신 써줘도 된다. 초등 중학년 이상이라면 서서히 아이가 직접 써보도록 격려해 본다.



기록은 아이의 역사가 된다


하루를 마치기 전 기록을 훑어보는 시간은 아이에게 격려가 된다. "와~ 오늘 하루 멋진 일을 세 가지나 했네! 정말 의미 있는 하루였다." 이런 대화는 아이의 마음에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심는다.

한 달, 일 년 쌓인 기록은 아이 삶의 발자취가 된다. 이는 아이가 매일을 충실히 살았다는 증거물이다. 아이가 자랑스레 과거를 돌아보는 거울이 된다. 부모 역시 '아이 실록'을 보며 '우리 OO, 매일매일 잘 지내고 있네.'라는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다.


아이의 기를 살리는 건 '오냐오냐' 육아가 아니다. 아이의 올바르고 의미 있는 행동을 칭찬하고, 그 행동을 지속하도록 격려하는 일이 아이의 기를 살리는 육아다. 오늘부터 부모가 아이의 작은 성취를 매일매일 기록하는 다정한 사관(史官)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부모와 아이가 써 내려간 '아이 실록'은 훗날 아이가 삶의 파도를 만날 때, 자신을 일으켜 세울 유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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