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천냥 빚도 갚는 부모의 말

아이에게 할 말, 안 할 말을 가려 말하기

by DK

꽤 흔한 아이와 부모의 일상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인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을 것 같다.


부모: 자, 13 더하기 15는 몇이지?

아이: (딴청 피우며 책에 낙서한다)

부모: (목소리를 약간 높여) 13 더하기 15가 몇이냐고.

아이: (틀린 답을 끄적인다)

부모: (한숨을 쉬며) 제대로 풀어. 13 더하기 15잖아.

아이: 근데, 아까 집에 오는데.

부모: (목소리를 더 높이며) 딴 소리 하지 말고 하라고!

아이: 모르겠어.

부모: (크게 한숨을 쉬며) 어제 한 건데 왜 몰라?

아이: 어려워.

부모: (소리치며) 이게 뭐가 어려워. 이런 기초도 못하면 다음 건 어쩌려고.

아이: (계속 몸을 비비 꼬며 딴청을 피운다)


이렇게 시작된 상황의 끝은 대부분 비슷하다. 아이도 부모도 감정만 상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할 말, 안 할 말


아이가 말을 듣게 하고 싶을 때, 부모는 아이에게 '할 말'과 '안 할 말'을 구분해야 한다. 다음은 실제로 효과가 있는 말들의 예시다.


* 할 말

1. 공감

"이 문제가 아직은 어렵구나."

"풀기 싫을 수도 있겠다."


2. 격려

"틀릴 수도 있어. 시도하는 게 중요해."

"진짜 모르겠으면 엄마(아빠)가 다시 알려 주면 돼."

"조금만 힘내 보자. 해내면 시원할 거야."

"엄마(아빠)도 어릴 때 이 문제 풀기 힘들어했어."


3. 지시 반복

"자, 이 문제 풀어보자."

"어디서부터 할까?"

"먼저 3 하고 5를 더해 볼까?"

"OO가 이 문제 풀 때까지 엄마(아빠)는 같은 말만 할 거야."


공감, 격려, 지시 반복을 적절히 섞어서 쓰면 효과적이다. 반대로, 다음 말들은 피하는 게 좋다.


* 안 할 말

1. 비난

"왜 이렇게 집중력이 낮아?"

"넌 말을 너무 안 들어."


2. 경멸

"누굴 닮아서 이래?"

"왜 한 번 말하면 듣지를 않냐."

"그저 놀 때만 눈이 반짝이지. 공부도 노는 것처럼 좀 해라."


3. 조롱

"아주 쉬운 건데 이런 거도 할 줄 모르는구나?"

"아이고, 친구가 놀리겠다. 이런 것도 못 한다고."


4. 예단

"일부러 엄마(아빠) 화나게 하려는 거지?"

"너 유치원(학교)에서도 이러냐?"


5. 협박

"이렇게 하면 선생님한테 이를 거다."

"계속 이러면 앞으로 과자는 절대 없어."


이런 말들은 순간 부모의 속을 시원하게 해 줄 수 있지만, 상황 해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 말의 힘


아이에게 지시할 때, 부모는 아이의 마음에 다음 두 가지를 심어야 한다.


1. 좋은 감정

2. 지금 할 일에 대한 인식


'안 할 말'들은 이 두 가지 모두를 해친다.

먼저, 비난, 경멸, 조롱, 예단, 협박은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부터 심는다. 사람은 자기에게 지시하는 사람에게 감정이 안 좋으면, 지시를 따라도 마지못해 따르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면, 부모의 말이 더 안 들리고 듣기 싫어진다.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 더 그렇다. 결국, 부모는 더 화가 나고, 아이는 더 말을 안 듣는 악순환에 빠진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말들이 정보로서 아무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분명, 부모와 아이의 목표는 '13 더하기 15의 답을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보는 없고 나쁜 감정만 담긴 부모의 '안 할 말'들에 아이도 부모도 감정만 상한다. 결국, 둘 다 목표에서 점점 멀어진다.


우리 조상들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고 했다. 말에 담긴 힘을 강조한 말이다. 부모의 말에도 힘이 있다. '안 할 말'에는 아이를 주저앉히는 힘, '할 말'에는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다.



Q & A


Q1. 공감이나 격려는 오글거리는데 꼭 해야 하는가?

A: 공감과 격려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지시 반복과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다만, 공감, 격려가 아직 어렵다면, 일단은 지시 반복에 좀 더 비중을 둬도 좋다. 상담실에서 부모 코칭을 하고, 내 아이를 키우면서 발견한 점이 있다. 한 번에 말을 듣지 않아도, 같은 지시를 반복하면 아이는 적어도 '자신이 할 일'을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같은 말의 반복은 '안 할 말'처럼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는다.


Q2. 계속 지시 반복을 해도 안 들으면 오히려 더 화가 나지 않는가?

A: 화가 날 수는 있다. 다만, 분명 '안 할 말'을 쏟아낼 때보다 결과는 좋다. 경험상, 안 할 말 스무 마디보다 할 말 다섯 마디가 더 효과적이었다. 그래도 화가 계속 치솟으면 이 정도만 말한다. "계속 말하는데 안 들어서 엄마(아빠)도 화가 난다." 이런 표현은 부모의 감정을 전달하지만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는다.


Q3. 아이가 계속 딴 이야기를 꺼내면?

A: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고 막지는 않는다. 대신, 영혼을 조금 빼고 이렇게만 말한다. "그랬구나." 그리고 이어 말한다. "자, 이 문제 풀어 보자." 아이는 '내 말이 완전히 무시되지는 않았다.'라고 느끼고, 부모의 지시로 다시 주의를 돌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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