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뺀질거림을 재미로 바꾸는 '퍼센트 게임'의 마법
부모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시키면, 소리 없는 긴장이 감돌기 시작한다. 처음엔 부모도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아이의 '뺀질거림'이 길어지면 부모의 인내심은 고갈된다. 울화통이 치민 끝에 내뱉고 후회할 말들을 쏟아낸다. 반복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부모는 자신이 무심코 던지는 '지시'를 찬찬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부모는 보통 장난감 놀이에 푹 빠진 아이에게 "샤워해!"라고 외친다. 부모가 보기에는 짧은 한 문장이다. 하지만, 사실 아이가 이런 지시를 완수하려면 다음과 같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장난감 내려놓기 → 화장실로 이동하기 → 양말 벗기 → 상의와 하의 벗기 → 속옷 벗기 → 샤워기 앞에 서기
대개 부모는 중간 과정을 다 생략하고 맨 마지막 단계, 즉 '샤워하기'만 툭 던지며 지시한다. 이런 지시는 아이에게 막연하고 버거운 숙제로 다가온다. 반면, 아이가 해야 할 일을 잘게 쪼개 지시하면 보다 효과적이다. 부모는 평소 아이가 지시를 완수하기까지 해야 할 행동들을 먼저 마음속에 그린 후 지시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그렇다고 "장난감 내려놓고, 화장실로 가. 그다음 양말 벗어. … (중략) … 끝으로, 샤워기 앞에 서."라며 기계적으로 말하라는 뜻은 아니다. 아이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생중계하듯 리듬을 실어주면 된다.
나는 이 과정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부터 활용해 왔다. 이를 '퍼센트 게임'이라고 부른다. 지금도 혹 아이가 내 지시에 딴청을 피우면 이 게임을 소환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가 아직 장난감을 쥐고 있는 상태를 0%, 샤워기 앞에 선 상태를 100%로 잡는다.
"장난감 내려놓자!"라는 말에 아이가 장난감을 손에서 놓으면, "오, 5퍼센트! 이제 일어나면 10퍼센트."라고 하면서 아이의 행동을 생중계한다. 퍼센트 수치는 부모가 내키는 대로 숫자를 올려가면 된다.
아이가 화장실로 향하는 발걸음에 맞춰 "10퍼센트, 20퍼센트, 35퍼센트!"와 같이 수치를 올린다. 화장실 앞에서 양말을 벗으면, "오! 벌써 60퍼센트? 옷까지 벗으면 70퍼센트!"라고 흥을 돋운다. 아이가 상의를 벗으면 "와, 70퍼센트!"이라며 추임새를 넣고, 마침내 샤워기 앞에 서면 "100퍼센트! 도착! 끝!"이라고 한다.
물론, 게임 중에 고비가 있기도 한다. 화장실로 가는 듯하다 갑자기 냉장고 앞으로 새기도 한다. 그럴 땐 다시 게임의 룰을 상기시킨다. "어? 40퍼센트였는데 아깝다! 30퍼센트로 후퇴. 화장실로 가면 50퍼센트 달성인데?"라고 말이다.
때로는 특정 행동을 하면서 꾸물거리기도 한다. 가령, 아이가 딴청 피우며 바지를 천천히 벗으면, "70퍼센트 … 아직 70퍼센트 … 70.5퍼센트. 71퍼센트."라고 하면서 같은 수치를 반복하거나, 일부러 수치를 천천히 올리면서 아이의 승부욕을 은근히 자극해 본다.
'퍼센트 게임'은 지시하는 부모와 따르는 아이가 서로 얼굴 붉힐 일을 줄여준다. 숙제로 다가오는 부모의 지시를 '함께 하는 놀이'처럼 만들 수 있다.
부수적인 소득도 있다. 아이는 0부터 100이라는 숫자로 목표에 가까워지는 감각을 몸으로 익힌다. 아이는 부모의 지시를 따르면서 성취감을 맛보고 숫자 감각도 기른다. 몸으로 배우는 숫자 공부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좋은 감정을 나누며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면 아이는 기꺼이 움직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