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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와 같은 외근

비 오는 날의 단상

by 안드레아


외근 나가는 길에 보이던 동네 후타지마의 한 빵집

좋아하는 후배와 외근을 나왔습니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네요.

하지만 가끔 나오게 되는 외근이

마음을 설레게 하네요.


키타큐슈에는 오래된 동네가 많아요.

거기엔 동네 빵집도 있고 이발소도 있고 과일 가게도 있어요.

빵집은 왜 그리도 복고적이고 마음이 가는지 몰라요. ^^


갓 구워나온 빵들이 - 그야말로 옛날 모양 그대로 -

팔구십 년대 빵집에서 보는 것 같은 모양으로 미소 짓게 하네요.


키타큐슈시 와카마츠에서 토바타로 넘어가는 다리

비 오는 와카토 다리를 지나 코쿠라로 향합니다.

코쿠라는 키타큐슈 공업지대 (옛날 지리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의 핵심 지역으로 제철소가 오래전에 지어지고 물류 화학 공업이 발달한 도심지랍니다.


오늘의 미션은 출입국관리소에서 비자 연장 신청 서류를 접수하는 것과 오사카 출장을 다녀오시는 사장님과 본부장님을 픽업하는 것입니다.

너무 쉽고 간단한 일입니다.


코쿠라 역전 광장

먼저 코쿠라성 근처에 위치한 출입국관리소에 들러 일을 마친 우리는 사장님 일행이 도착하기 전까지 50분 정도 여유가 있어 코쿠라역사 안에 있는 카페에 들렀습니다. 후배는 아이스커피를 시키고 저는 아이스 모카를 주문했죠. 심심해서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크로와상 하나를 곁들여 먹었죠. 사이좋게 나눠서.


비님이 소르르 내리는 날 이렇게 아담한 카페에 앉아 달달하고 쌉싸름한 커피 한 잔을 들며 통유리로 된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참 행복한 시간입니다. 아직 이곳에 온 지 두 달 밖에 안 된 후배는 아직도 변화된 삶의 풍경이 실감나지 않는 표정입니다.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제 얼굴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이제 비가 좀 멎으려나 봅니다.

먹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비칩니다.

후배는 내비게이션도 없이 길을 척척 알려주는 제가 신기한가 봅니다.

전 삼 년 동안 이미 수없이 오가던 길이라 당연히 알 수밖에 없는 건데 자꾸 칭찬을 해주네요.

자랑스러운 일은 아닌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잠시 주차한 사이에 근처를 둘러봅니다.

주택가 뒤편으로 보이는 푸르른 논 풍경에

제 눈이 산소를 들이켭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기어이 사진 몇 장을

담습니다.

그냥 이런 자연의 모습이 좋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후배가 내일 저녁을 같이 먹으면 어떻겠냐고

말합니다. 우리 가족과 함께요.

새로 계약한 집을 구경시켜 주겠답니다.

집을 간단히 둘러보고 근처의 스파게티 잘 하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먼저 우리 가족이 후배와 첫 대면을 하게 되네요.

후배의 아내와 아이들도 곧 이곳으로 올 예정인데

두 가족이 만날 날이 은근히 기다려집니다.


후배가 말합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함께 이런 좋은 곳에서 같이 일하고 생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에 감사한다고 말입니다.

같은 마음입니다.

미래를 알 수가 없기에 장담은 어렵습니다.

그냥 일단 지금의 행복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마음이 많이 통하는 한국말 하는 후배가

나의 직장과 사는 동네,

바로 내 삶의 공간에 이사와 준 것이

최근 제가 받은 아주 큰 선물이라 느낍니다.


제수씨가 오시면 아내와도 가까이 지내면 좋겠습니다.

조금은 한적하고 또 조금은 외로울 수 있는

이곳의 타향살이.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맘도 벌써 욕심을 부리는 것일까요...


비 오는 오늘 낮동안의 순간순간들이

제 마음속의 앨범에 사진으로 끼워졌습니다.


흥미진진한 시간은 아니지만

이런 잔잔하고 은근한 시간들이

언젠가 오늘처럼 비가 나리면

스스로 페이지를 펼쳐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려 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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