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를 당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세요.
당신의 부하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당신의 좋은 머리와 능력을 부하들이 따라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머리는 되는 것 같은데 도무지 정성이 보이질 않는다구요? 그렇게 알려 주고 떠먹여 줘도 못 알아먹는 부하가 답답하고 이해가 안 가신다구요? 왜 저렇게 직장 생활을 하는지 모르시겠다구요?
당신의 마음에 드는 부하는 혹시 몇 명이나 되는지요? 한 명? 두 명? 아니면 퍼센티지로 해서 10%? 25%? 정도 될까요? 이와는 달리, 당신은 부하들 대부분을 마음에 들어하는 상사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과 비슷한 입사 관문을 통과해 들어온 부하들이 후배들이 당신보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스펙은 훌륭하지만 인성이 모자라다거나 끈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부족한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당신이 부하들을 어떻게 판단하고 속으로 어떤 평가를 내리든 부하들은 직접 듣지 않아도 이미 다 느끼고 있습니다.
더 재미난 것은 당신이 부하를 어떻게 생각하든 부하도 당신이라는 상사를 비슷하게 생각하리라는 겁니다.
만일 당신이 그 부하를 신임하고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도 진심으로 그를 지도하고 이끌어 준다면, 그 부하 역시 당신을 상사로서 신임할 것이며 당신의 리더로서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도 당신 편에 서서 생각해 보려 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어떨까요?
당신은 부하를 그리 신임하지 않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거나 실수를 했을 때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용서와 자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당신은 그 자리에서 바로 당사자인 부하를 깨는 것이 현명하다고 믿습니다. 그 부하는 과연 당신을 믿고 따를까요? 부하는 관용이란 찾아보기 힘든 당신의 리더십을 카리스마라 여기며 혼나더라도 당신의 입장을 이해하며 자기 잘못을 혹은 실수를 잘 고치기로 결심을 할까요?
부하를 동료들 면전에서 질책하는 일을 삼가 주세요. 면전에서 혼내는 것은 확실히, 그 부하가 자기 잘못을 인지하고 당신이 화났다는 것을 알려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 부하는 당신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겠지요.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무지 애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듣기 싫은 이야기, 안 좋은 결과, 풀리지 않는 문제 등등을 제때 보고하지 않는 것도 포함될지 모릅니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 한국 드라마 '미생'의 일본판 'Hope'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입니다. 후지티브이에서 얼마 전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전 직장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기도 하고, 재미와 일본어 공부를 위해서 제대로 한 번 감상하고자 합니다.
* 종합상사 에피소드 하나 (관련 회사 및 당사자들을 고려해 약간의 각색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회사에 비철을 거래하는 본부가 있었습니다. 거래되는 품목 중에서 구리(Cu)가 있었는데 가격도 비싸고 양도 단연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지금은 원자재 가격이 많이 내려갔지만 당시에 구리 가격은 톤당 '천만 원'이 넘어갔었지요. 보통 하나의 판매 계약이 500톤, 1000톤 이상 되었으니 한 계약이 50억, 100억에 이르는 상당한 금액의 거래였습니다.
철강 제품이 대부분 '현물'로 거래되는 데 반해, LME에 등록되어 있는 구리와 같은 비철금속은 '현물' 계약과 함께 동시에 '선물'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현물 거래는 말 그대로 돈을 주고 현재 시점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입니다. 그런데 이 비철금속의 가격이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무지 큽니다. 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물 거래를 병행하게 됩니다. ‘선물’은 3개월, 6개월 후의 미래에 거래되는 물건이며, 선물 거래는 약속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팔겠다는 약속을 하는 거래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구리 500톤을 현물로 사는 계약을 체결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지금은 구리가 톤당 500만 원인데 이게 일주일 뒤에 450만 원으로 떨어질 수도 520만 원으로 오를 수도 있습니다. 산 사람 입장에서는 사고 나서 가격이 올라 주면 좋지만, 내려가면 손해가 큽니다. 선물 거래는 이런 위험을 중화시키기 위해 반대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즉, 지금 현물 500톤을 사고, 일정 시점 후에 500톤을 같은 가격에 파는 선물 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이 계약은 전문적으로 선물 거래를 취급하는 '선물 회사'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각설하고,
이런 본부의 본부장이 아주 무서운 분이셨답니다. 직원들이 뭔가 잘못 말하거나 뭘 질문했는데 머뭇거리거나 틀리게 대답하면 가차 없이 호통을 치고 혼줄을 내곤 했습니다. 본인이 무척 열심히 일하는 불도저 타입이라 배울 점도 많았지만 부하들에게 너무 엄했습니다. 심지어 결재판이 날아오는 건 약과고 재떨이까지 집어던졌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자연히 보고를 하러 들어가는 팀장이나 직원들은 항상 긴장 상태로 본부장실을 찾았고, 들어가면 좋은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고 나쁜 이야기는 가급적 빼고 보고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사건이 터졌습니다.
구리팀에서 어떤 선물 계약을 제때 체결하지 못해서 손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담당 직원은 과장에게 보고를 했고 과장은 팀장에게 보고를 했습니다. 이 보고들도 문제 발견 즉시 이루어지지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마치 주식 거래를 잘못 해서 손해를 본 투자자가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다 오히려 더 가격이 빠져 손해가 더 커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구리팀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본부장한테 바로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그 불같은 성격의 본부장에게 어떤 수모를 겪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고 나름 시간이 흐르면 시장 상황이 바뀌어 손해를 만회할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려라!
손해는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10억, 20억, 50억 설탕이 솜사탕이 되는 것처럼 불어났습니다.
회사에 정식으로 보고되었을 때는 이미 사건이 걷잡을 수 없는 종국에 치달은 뒤였습니다. 이 사고로 담당 대리, 과장, 팀장의 목이 날아갔습니다. 이 회사가 한 해 벌었던 영업이익의 3분의 1 이상이 이 건으로 공중분해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국과 일본의 비철 거래 회사들 사이에서 역사적으로 발생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 가운데 한 사건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부하를 몰아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부하들은 생각보다 더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생각보다 더 훌륭하게 일처리를 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내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을 부하 직원은 이미 알고 있었고, 내가 생각하는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도 그 혹은 그녀는 이미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는 걸 발견한 적도 많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 엄격한 만큼 그대로 부하들에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부하 직원은 나 자신이 아닙니다. 나 자신에게는 엄격하더라도 부하 직원한테는 바라는 점을 강조하고 지적하는 이상으로, 그가 혹은 그녀가 잘한 점이 있다면 그걸 이야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놓고 하는 칭찬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언급만 하고 넘어가더라도 부하는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모셨거나 아는 분들 중에 이런 식으로 부하와 후배들을 대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칭찬도 부담스럽지 않게 은근슬쩍 지나가는 투로 집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너를 보고 있다. 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너는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이만큼 교섭을 해낸 거다.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자네가 내 부하라서 많이 든든하다. 이번 일은 자네도 나도 인정할 만한 훌륭한 결과였다. 나는 너와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 센스있는 부하가 되어 주어 고맙다. 이렇게 하나씩 해나간다면 자네는 어느새 훌륭한 상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자네의 미래가 밝게 빛나고 있음을 확신한다.
그 느낌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부하를 당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세요. 그와 그녀는 성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장은 당신에게 큰 보람으로 남을 것이며 시나브로 상사인 당신도 함께 우뚝 서있게 된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