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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긴 호텔방에서

시간과 공간의 특별함 속에서

by 안드레아
토쿄 록뽄기의 시티뷰

일을 마치고 돌아온 호텔방은 아늑하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

그 고요함 속에 머물러 본다.


이곳은 화려함으로 수놓이는 토쿄 긴자와 록뽄기.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나 하나 쯤이야 반짝이는 거리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자정을 넘긴 이 시간에 연락할 누군가도 딱히 없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기도 하며 막연한 그리움에 귀기울여 본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와 자동차 할부금에

한국으로 송금하는 양육비와 부모님 용돈...

이런 걸 자주 떠올리며 걱정하는 나.


언젠가는 노래를 배우러 이태리로

훌쩍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며

지인들에게 너스레를 떠는 나.


우선 200억 정도를 목표로 한다며

근거가 희박한 자신감과 낙천주의를

표방하는 내 모습.


때로는 생활인의 소박함과 궁상스러움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도

때로는 사회를 생각하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숭고하고 의식 있는 지성인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안주해 버린 걸까.

확실히 중년의 나는 변한 부분이 있다.

변화와 창조를 의식으로는 받아들이고자 하지만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으려 하는 내 모습.


그래서 내겐 자극이 필요하다.

내 젊은 날의 열정과 광기가

다시금 발현될 수 있도록.


무엇이 옳은 길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

비교의 대상이 되고

롤모델이 되어 줄

그 누군가와

그 무엇이

필요하다.


신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조금.

약간 의식적이다.

변명은 하기 싫다.

지금의 내가 실제 그렇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키타큐슈 와카마츠 어느 샛강 해지는 풍경

*표지 사진 출처: Global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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