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의 특별함 속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호텔방은 아늑하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
그 고요함 속에 머물러 본다.
이곳은 화려함으로 수놓이는 토쿄 긴자와 록뽄기.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나 하나 쯤이야 반짝이는 거리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자정을 넘긴 이 시간에 연락할 누군가도 딱히 없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기도 하며 막연한 그리움에 귀기울여 본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와 자동차 할부금에
한국으로 송금하는 양육비와 부모님 용돈...
이런 걸 자주 떠올리며 걱정하는 나.
언젠가는 노래를 배우러 이태리로
훌쩍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며
지인들에게 너스레를 떠는 나.
우선 200억 정도를 목표로 한다며
근거가 희박한 자신감과 낙천주의를
표방하는 내 모습.
때로는 생활인의 소박함과 궁상스러움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도
때로는 사회를 생각하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숭고하고 의식 있는 지성인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안주해 버린 걸까.
확실히 중년의 나는 변한 부분이 있다.
변화와 창조를 의식으로는 받아들이고자 하지만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으려 하는 내 모습.
그래서 내겐 자극이 필요하다.
내 젊은 날의 열정과 광기가
다시금 발현될 수 있도록.
무엇이 옳은 길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
비교의 대상이 되고
롤모델이 되어 줄
그 누군가와
그 무엇이
필요하다.
신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조금.
약간 의식적이다.
변명은 하기 싫다.
지금의 내가 실제 그렇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표지 사진 출처: Global fo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