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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Sep 01. 2016

테니스 예찬

'투핸드 백스트로크' VS '원핸드 백스트로크'

테니스의 황제이자 교과서 로저 페더러의 원핸드 백스트로크


혹시 테니스 해보셨나요?


 전 일주일에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 즐기고 있어요. ^^  막둥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쳤습니다. 평일 저녁에는 2시간 정도, 주말에는 4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까지 테니스 코트를 누볐답니다.


 처음 테니스를 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어요. 당시 나무 라켓이 보론이나 그라파이트와 같은 신소재 라켓으로 대체되던 시기였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테니스 코트가 있었죠. 86 아시안게임 때 -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 탁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 당시 탁구장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테니스장에서 공을 치는 코치와 동호인들의 모습을 보다가 배우고 싶어 졌습니다.


 저는 스포츠를 아주 좋아하는 편인데 공으로 하는 운동을 특히 즐깁니다.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볼링, 핸드볼, 농구 등등. 농구도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대학교 내내 미친 듯이  빠져 살았고 직장에 들어간 이후에도 사내 동아리에서 7년 이상 즐겼더랬죠.


 그러다가 중국 광저우라는 곳에 발령이 났습니다.


 거기 가서도 농구가 고파서 근처 농구장을 찾곤 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이 커다란 체육공원에 올코트 농구장 10여 개가 쭈욱 도열해 있던 모습입니다. 대륙은 대륙이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올코트 농구장 2~3개만 있어도 감지덕지했거든요.


 중국어가 처음에 안됐지만 말이 필요 없는 운동이라 거기서 만난 현지인들과 어울려 편을 먹고 반코트며 올코트를 즐기기도 했고, 한국인 교포들을 만나 같이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몇 달 신나게 농구를 즐기다가 제 스포츠 역사에서 일생일대의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광저우는 홍콩보다 약간 서북쪽에 위치한 더운 지역인데 여름에 43도까지도 치솟곤 합니다. 그날도 무더운 날씨를 무릅쓰고 근처 체육공원의 올코트 농구장을 찾았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려 얼굴은 불타는 고구마가 된 채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 코트에서 소란이 일었습니다.


  우리 쪽 사람들은 플레이를 멈추고 무슨 일인지 살피기 시작했죠.


 앜, 이 게 웬일인가요.

 패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두 명의 중국 사람 사이에서 시비가 붙어 투다닥 몸싸움을 시작하더니 급기야 양쪽 편이 엉겨 붙어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 소란을 재미있는 영화를 보듯 쭈욱 둘러쳐 구경하는 거였습니다.

 

  지금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중간에 공원 경비원들이 출동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말릴 생각을 안 하는 듯 보였는데 경비원들과 함께 양쪽 진영의 몇몇 사람들은 싸움에 가담하지 않고 엉겨 있던 사람들을 겨우 떼어내면서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그 장면이 제게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어쩌면 어느 날 농구를 하다가 제가 저런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고 외국인이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불씨가 되어 복날에 얻어맞는 불쌍한 개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쓰고 보니 '테니스와 인품'에서 이미 밝힌 내용이네요. 하핫. 그래도 조금 다른 묘사를 했으니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아까우니. ^^;;


 아, 농구는 안 되겠다!
몸싸움을 피할 수 있는 스포츠로 갈아타자!


 그래서 중학교 때 배웠던 테니스로 완전히 전향하게 되었던 거죠.


미국의 잭 소크의 그림같은 샷 (이미지 출처: AP 뉴시스)

 테니스는 꽤 격한 스포츠입니다. 물론 연로하신 분들이 하시는 것처럼 설겅설겅 하면 그리 힘들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테니스의 매력에 빠져보신 분들은 라켓을 마치 무기처럼 휘두르며 공을 강타하는 맛! 강타당한 공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지점으로 강속으로 날아가 꽂히는 맛! 그래서 상대를 무력화시켜 포인트를 얻는 쾌감! 등을 너무도 잘 아실 겁니다.


 그러나 테니스가 무조건 공을 패대기치듯 강하게 때리기만 하는 스포츠는 아닙니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샷을 정교하게 가다듬은 경우라면, 포핸드 스트로크/백핸드 스트로크/포핸드 발리/백핸드 발리 등 상황에 맞는 공격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며 적은 힘을 들여서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지만, 중간에 농구만 오래 하거나 운동을 쉬었기 때문에 실제로 이것저것 따지면 10년 가까이 됩니다. 테니스에 그리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까지도 잘 알려진 로저 페더러나 노박 조코비치, 나달 그리고 최근 선전 중인 니시코리 케이와 같은 세계적인 플레이어들은 물론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마추어 무림의 세계에도 강호들이 곳곳에 숨어있다는 걸 수년 동안의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현대 테니스가 자세나 라켓 등 여러 면에서 수십 년 전에 비해 달라진 점들이 많이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백핸드 스트로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핸드 스트로크, 즉, 오른손잡이에게는 왼편으로 날아오는 공을 치는 샷을, 왼손잡이에게는 오른편으로 날아오는 공을 치는 샷을 말합니다. 이 글의 대문사진에 보이는 니시코리 케이의 샷, 그 아래 테니스 황제 페더러의 샷, 그 아래 잭 소크의 샷이 모두 '백핸드 스트로크' 장면을 포착한 사진들입니다.


 보시면 두 손을 잡고 때리는 경우가 있고, 한 손으로 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투핸드 백스트로크와 원핸드 백스트로크를 의미합니다. 제가 앞서 현대 테니스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가 백핸드 스트로크에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것은 현재 세계 정상급 선수들 대부분이 두 손으로 백핸드 스트로크를 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현재 레슨을 받으면 대부분 백핸드 스트로크를 투핸드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는 1988년 당시 처음 레슨을 받았고 그때는 양손 백핸드 스트로크란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입니다. 따라서 저는 한손 백핸드 스트로크로 배웠고 지금까지도 그 방식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이후로 농구에만 전념하다가 중국으로 건너가 2009년 경 다시 돌아온 테니스의 세계에서는 이미 양손(투핸드) 백스트로크가 많이 보급된 상황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테니스로 돌아온 저는 감을 찾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고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약 반년 정도 일주일에 3~4번 3시간 이상 운동을 한 결과 서비스와 스트로크가 날카로워졌고 체력이 올라오면서 클럽 안에서 상위 레벨에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아마추어 대회에도 자주 출전했고 우승과 준우승도 여러 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신감이 충천하고 어쩌면 자만심마저 들기 시작할 즈음 주재원 임기를 마치고 서울로 복귀했습니다. 서울에서도 물론 테니스를 하고 싶었고 동회회를 수소문하여 운동을 다시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아마추어지만 도저히 넘기 어려운 벽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20대 젊은 친구들 가운데 투핸드 백스트로크를 제대로 배운 상대를 만나 무릎을 꿇게 된 것입니다.


 제가 서비스와 포핸드 스트로크에 있어서는 웬만해서는 밀리지 않았습니다. 그 상대와 비교해도 제가 서비스도 더 강했고 포핸드 랠리(공을 주고받는 난타전)에서도 우위를 점했습니다. 공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받아치는 발리 샷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나질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백핸드에 있었습니다.


 저는 상대방의 공이 제 왼편으로 왔을 때 대부분 슬라이스 샷(공을 라켓을 눕혀 깎아 치는 샷)으로 받아넘겼습니다. 포핸드처럼 탑스핀을 강하게 걸거나 플랫 샷을 잘 구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백핸드 슬라이 샷은 위력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상대는 공이 왼편으로 와도 두 손으로 백스트로크를 강하게 받아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정확도도 제법 높아 제 코트의 빈 곳을 찔러 넣었습니다.


 결과는 저의 패배였습니다.


 그 뒤로 양손(투핸드) 백스트로크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3년 전 일본으로 건너오게 되었는데 우리보다 테니스 저변이 넓은 이곳은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투핸드 백스트로크를 구사하는 동호인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특히 나이가 어려질수록 그 비율이 높았죠.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은 거의 100% 투핸드 백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적인 선수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원핸드 백스크로크를 구사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입니다. 그의 샷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클래식 연주에 맞추어 발레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아하게 포즈를 취하는 동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폼이 너무나 멋진 선수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테니스의 절대 강자였던 페더러도 젊고 강력한 도전자였던 투핸드 백스트로커들에게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 대표적인 상대가 바로 노박 조코비치였습니다. 둘의 경기를 몇 번 자세히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게임 운영면에서는 둘 다 어마어마하게 뛰어난 대선수다운 면모를 보였습니다. 제가 보는 - 전문가가 아닌 저의 지극히 개인적 의견임을 밝혀둡니다 - 두 가지 주요 패인은 나이가 든 페더러의 체력적 열세와 조코비치의 강력한 투핸드 백스트로크에 밀리는 원핸드 백스트로크에 있었습니다.


 매주 같이 테니스를 즐기는 치과의사 마에하라 씨가 끊임없이 저에게 주문합니다. 보다 높은 곳을 향해 가라고. 앤디와 같은 체력과 스피드라면 좀더 영리하고 높은 수준의 테니스를 지향해야 한다고. 마에하라 씨는 발리의 중요성과 테니스의 강약 조절을 무척 중요시 여기는 테니스의 미식가입니다.


 이왕 하는 거 저도 투핸드 백스트로크까지 마스터해서 상급자 대회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습니다.


 참, 일본에서 보면 여성분들도 대단히 활발하게 테니스를 즐깁니다. 살갗이 타지 않게 온몸을 가리고 칩니다. 하지만 테니스를 즐기는 데 큰 지장은 없어 보입니다.


 이 매력적인 테니스의 세계, 기회와 여력이 된다면 꼭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에 테니스의 다른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부록


  아래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함께 운동하는 멤버들의 특징을 간단히 적어 본 것입니다.

 *화요일 멤버 4인의 테니스 성향

1. 마에하라 씨 (50대 초)
 - 구력 15년 이상
 - 스피드는 조금 떨어지나 미스테이크가 없는 탑스핀 스트로크와
   틈만 나면 앞으로 파고드는 안정적 발리가 일품
 - 테니스가 인생의 절대 낙으로 보임.
 - 주 5~6회 운동

2. 오카모토 씨 (50대 중반)
 - 구력 20년 이상
 - 큰 키에서 찍어내리는 강력한 플랫 서비스와 왼손 밀어치기 타법이 
   주무기임.  한때 키타큐슈 아마 싱글 챔피언이었다고 함.
 - 잘 쳤을 때는 환호성을 못 쳤을 때는 비명을 지름.
 - 주 3회 운동, 목요일엔 요가

3. 아키 씨 (40대 중반)
 - 구력 15년 이상
 - 두툼한 가슴과 튼튼한 다리에서 나오는 묵직하고 날카로운 서비스와
   강력한 탑스핀 포핸드 스트로크가 인상적임.
 - 멘탈이 약함. 샷이 안 들어가기 시작하면 급격히 무너짐.
 - 주 2~3회 운동

4. 앤디 씨
 - 구력 10년
 - 테니스는 팔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다리로 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스피드 테니스 추구. 점프 서비스와 포핸드 스트로크에 능함.
 - 투핸드 백스트로크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으나
    레슨받을 시간이 없음.
 - 육아로 인해 주 3~4회에서 주 1회로 운동량 저하됨.


아시아의 자존심이 된 니시코리 케이의 백핸드
페더러의 우아한 백핸드 스트로크 동작 (이미지 출처: 테니스코리아)
페더러와 나달 (이미지 출처: 다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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