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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Aug 26. 2016

왜 상처를 입느냐고 말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다툼  

평소 가끔 아내가 묻습니다.  

“당신, 나 사랑해?”    


그때마다 내가 대답합니다.  

“응, 사랑해”    


어제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내가 또 묻습니다.  

“당신, 나 사랑해?”   

 

내가 되묻습니다.  

“왜 자꾸 이런 걸 물어?   

  

아내는 잠시 말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입을 엽니다.  


일주일 전쯤 한바탕 싸웠을 때

내가 무서운 얼굴과 큰소리로 자신을 몰아쳤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 며칠 이런 말을 반복해서 하고 있는 아내에게 짜증이 납니다.  

잠자리에 들어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자

마음속에 파도가 칩니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은 채 말합니다.   


 지나간 걸 자꾸 들추어 말하지 말자고. 당신은 나의 잘못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당시 나만의 잘못으로 싸우게 된 것인지 생각을 좀 해보라고. 나도 노력하고 있는데 당신도 좀 노력해 보라고. 아무 문제도 없는데 내가 미친놈처럼 혼자 화내고 소리치겠냐고. 이미 지나갔는데 자꾸 싸웠을 때 했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말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아내는 이야기를 듣고 별 반응이 없습니다.   


그러다 반대쪽으로 돌아눕습니다.   


침묵이 찾아옵니다.  


다음날을 위해 빨리 잠을 자고 싶습니다.     


소리가 들립니다.  

흐느끼는 소리입니다.  

내 말에는 아무런 대꾸가 없다가 모로 누운 그녀는 소리를 죽여 흐느끼는 것이었습니다.  

   

“당신 우는 거야?”    


“아니야.”    



처음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싸울 때 했던 말들이나 표정을 자꾸 들먹이면 남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생각했습니다.   


아내와 나는 서로 모국어가 다르기 때문에 미세하고 정확한 표현을 해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보통은 제가 아내의 모국어인 중국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우리말로 말할 때보다 마음속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깁니다. 오해를 풀기 위해 계속 말해야 하는 상황이 버겁기도 합니다.   


아침 출근길, 운전을 하면서도 계속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내가 왜 자꾸 내 사랑을 확인하려는 걸까 '  


내가 매번 당신을 사랑한다고 수없이 확인해 주었음에도 무엇이 불안한 건지.   


이제는 나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 아내는 사랑을 확인하려 한다.  


아내는 내가 지었던 무서운 표정과 큰소리를 잊지 못한다. ’    


아내가 이런 이야기들을 꺼낼 때   

나는 그대로 들어주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상처를 입은 사람이 상처를 입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왜 상처를 입느냐고 왜 우냐고 말하는 내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참을성이 줄어든 탓도 있을 겁니다.  

한다고 하는데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서운함이 들어  

아내의 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 아프다고, 나 힘들다고, 나 슬프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말하려 할 때  


왜 아프냐고, 왜 힘드냐고, 왜 슬프냐고  

이 정도면 잘 하는 거 아니냐고 입을 틀어막는다면  

그 상처는 결국 어떻게 될까.

혹시

속에서 곪고 곪고 곪아

어느 날 갑자기 화산처럼 터지게 되는 건 아닐지.


아내는 말로 표현함에 있어 저보다 서툰 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본인의 모국어로 자세히 정확히 말하고 싶어도  

제가 다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테니 그로 인한 답답함과 좌절감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생각합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비록 내가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견딜 수 없어 꺼내는 말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합니다.    

 

아프다는 데 왜 아프냐고 누르기보다  

먼저 얼마나 아프냐고 물어볼 줄 알았으면 합니다.  


나의 억울함은 조금 뒤켠으로 젖혀 두고

먼저 상처를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상처를 입은 나의 사람에게   

왜 상처를 입느냐 말하는 나를 바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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