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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Aug 10. 2016

동생

키타큐슈 야하타 콤시티 3층 중학생 사생대회 출품작 중에서. 강아지의 세밀한 털 묘사가 놀랍다.


 Zagmaster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님이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여러 작가님들 가운데 감성적인 글을 쓰는 비율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남성 작가에 비해 여성 작가가 좀 더 많은 것 같다. Zagmaster님은 남자분이지만 그의 글을 읽고 그가 올린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정말 마음이 따뜻해진다.  


글 속에 사진 속에 사람을 향한, 심지어 사물을 향한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과 마음이 녹아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그의 글을 읽다가 밤을 새워 일하던 때의 사수와의 감동 어린 내용을 접했다.

새벽까지 일하다 돌아가 잠시 눈을 붙이려는 그.

아직도 일이 남아 노트북 앞을 지키며 부사수를 먼저 보내는 사수.

작가는 나중에서야 토트백 속에서 사수가 넣어둔 현금을 발견한다.

쪽지와 함께. 


  쪽지에는 "내가 지금 그거밖에 없어. 미안해!"라고 씌어 있었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바로 떠오르는 이가 있었다.

친동생이었다. 동생은 나보다 두 살 아래다.


 언젠가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달콤한 시간 그러나 너무나 짧디 짧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군인의 신분이었으니 경제적으로 넉넉했을 리 없고 그저 입대 전에 조금 남았던 통장잔고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약간의 현금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가지고 친구들과 만나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고 필요한 책도 사고 영화도 보았다. 빠듯했던 주머니 사정이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을 골라서 지출해야만 했다. 


 그렇게 천국과도 같은 바깥세상에서의 며칠을 보내고 돌아가는 날 다시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을 부대로 향해 옮겨야만 했다. 가져왔던 간단한 짐을 꾸리는데 읽던 책 속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발견했다. 지금은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지만 역시 간단한 쪽지가 함께 들어 있었던 것 같다. 


 그 돈은 부모님께서 주신 돈이 아니었다. 아직 입시 준비를 하던 남동생이 군인형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아껴둔 용돈을 넣어두었던 것이다. 그게 처음이었다. 남동생한테서 용돈을 받은 것이. 


  기분이 아주 묘했다. 동생한테 용돈을 받는 기분은. 그리고 그때 난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물컹 목을 타고 올라와 머리까지 기어이 도달하여 두 눈을 붉게 충혈시켰던 순간을 기억한다. 


콤시티 중학생 사생대회 출품작 중에서


 두 살 터울로 자랐기에 중학교 고등학교 들어서는 둘이 치고받고 싸우기도 많이 했던 형제였다. 어릴 때는 내가 힘이 셌기 때문에 완력으로 제압이 가능했으나 동생도 자라면서 운동도 하고 체력이 좋아지면서 한 번 싸우면 집에 있는 장식품이나 가구들이 깨지고 부서지고 난리가 났었다. 자매들만 있는 집에서는 아마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리라.


  그렇게 싸우고 자랐지만 우리 형제는 나이가 하나둘 먹으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좀 더 좋아하게 되었다. 동생과 나는 전화 또는 SNS 메시지를 통해 비교적 자주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오글거린다 할지 모르겠으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각자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칭찬을 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형제는 용감하다?!" 


 아마도 오래전 영화에서 유래된 대사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이 말.

내 기억 속에는 우리 형제에게 기를 불어넣어 주시고 진취적인 모습을 가지길 바라셨던 어머니께서 제일 먼저 쓰기 시작하셨던 표현이다. 어릴 때 듣고 자랐던 이 말은 우리 형제의 머리나 가슴속에 남아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이따금 되뇌곤 한다. 조금은 자아도취적인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둘이서 으쌰 으쌰 하는 거다. 어머니는 우리 두 형제에게 이 말을 하실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우리 형제는 어머니가 기대하신 아들들로 잘 자란 것일까. 이 말을 생각하며 잠시 '엄마'를 가만히 떠올려 본다. 한없이 무조건적으로 우리를 지지하고 믿어 주셨던 생명의 원천이자 마음속의 영원한 보금자리...


 일본으로 직장을 옮겨 건너오게 되면서 동생과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해 아쉽다. 각자의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생겨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솔로였을  때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전화나 메신저로 나누는 대화도 좋지만, 얼굴을 보면서 면티와 속옷 차림으로 편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동생과의 시간이 그립다.


 곧 어머니 칠순을 기념하여 가족들이 만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동생과 동생의 가족들을 만나게 될 거다. 동생이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어 한 번 서울에 오면 처가에도 들려야 하기 때문에 긴 시간 함께 하기는 어려울 거다. 그래도 만나는 시간만큼은 못다한 이야기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곧 보자 동생아.

 곧 갈게요. 어머니, 아버지.


콤시티 중학생 사생대회 출품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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