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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Sep 12. 2016

천국과 지옥

지갑 하나로


천국과 지옥




또 잃어버렸다

이놈의 망할 건망증



딸 사진

주민등록증

외국인등록증

운전면허증

신용카드

인터넷뱅킹카드

.

.

.



맛있게 밥먹고 집에 오니

그제서야 떠오른 낡은 지갑



차 안을 이잡듯 뒤지고

식당까지 찾아가 생난리를 쳤지만



지갑은 사라지고 없었다



점장의 마지막 한 마디

"경찰에 신고하세요"



집으로 돌아오며

무너지는 남자의 하루



평온했던 삶은

이제,

카오스의 세계



염치는 없지만

슬그머니

신께 기도하는

가엾은 남자



식은땀이 흐르고

삶의 의욕은 사라졌다



힘없는 손

현관문을 겨우 여니



남자를 가로막는

접지 않은 유모차



아!



아앗,



구원의 유모차!

지갑의 수호자!



주머니 속에서 빛나는

남자의 낡은 지갑



카오스가 대체 뭐냐

평온한 일상이여...





지갑을 벌써 몇 번이나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곤 했습니다.

도대체 이놈의 건망증은 누굴 탓해야 하는지요.


매번 생사의 기로에 서는 걸 느끼면서

매번 지갑을 어디에 뒀는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서 뭔가 이번엔 해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우선은 글을 쓰고

다음엔 사례를 해야겠습니다.


지갑을 찾게 해주셔서

혼돈에서 구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니까요.


지갑을 찾아 식당으로 갖다가 돌아오는 길은

30분 남짓이었지만

올해 들어서 이보다 더

지치고 추욱 처지는 길이

없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손에 뭔가를 들고 다니는 걸 싫어해서

자꾸 어디다가 두는 버릇이 있는데

결국 유모차에 붙어 있는

작은 주머니에 넣어둔 것을

정말 새까맣게 잊고는

식판에 두고 왔네.

테이블에 두고 왔네.

차 안에 두고 왔네.

난리난리를 폈습니다.


이참에 지갑에 든 중요한 것들을

좀 분산시키거나

정보를 좀 복사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 어제저녁

천국에서 지옥으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급행열차를 타고 온

저의 소감을 남겨 보았습니다.

저의 여행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키타큐슈 온가강 해지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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